캐딜락 CT6 터보 시승기


캐딜락 CT6 터보 모델을 시승해보았습니다. 1996년 플리트우드 단종 이후 20년만에 등장한 후륜구동 대형 캐딜락 세단이자, 영문 2글자 + 숫자 1글자의 새로운 캐딜락 네이밍 체계의 첫 주인공인 CT6은 캐딜락 브랜드의 변화와 혁신을 천명하는 중요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터보 모델이라길래 이 덩치면 당연히 6기통일줄 알았는데 제원표를 살펴보니 무려 4기통 2.0리터 터보 모델이었던 것! 여러모로 기대와 궁금증이 많이 들던 첫인상이었습니다. 시승차는 2.0 터보 단일트림에, 래디언트 실버 메탈릭 색상.



1. 외형
전장 5.2m에 달하는 CT6는 정말 큰 차입니다. 2세대 에쿠스(VI)와 제네시스 EQ900(HI)의 중간 쯤 되는 사이즈. 마이카가 아반떼와 모닝인 필자에게 CT6는 주차감각 익히기가 버거울 정도로 큰 몸집이었습니다.


그러나 한체급 아래의 제네시스 G80와 나란히 세워 비교해봐도 의외로 대단히 커보인다는 느낌은 안 드는게 특이했습니다. 반짝이는 장식적 요소를 많이 가미한 제네시스 쪽과 달리, 캐딜락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앞뒤 램프류를 중심으로 장식적 요소를 많이 자제하여 상당히 심플한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양사의 대형차 디자인 기조의 차이일 뿐이지만, 캐딜락 쪽이 좀더 젊은층에서 환영받을만한 디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직으로 길게 점등되는 디자인의 풀LED 헤드라이트. 헤드라이트 사이드 턴 시그널이 수직으로 길게 켜지는 점등패턴은 캐딜락 외에선 찾기 힘든 디자인이죠.


일자로 길게 뻗은 독특한 테일램프 디자인. 2.0 터보 최하위 모델이라고 머플러팁도 싱글 트윈팁 타입인데, 어설프게 페이크 듀얼 머플러팁을 장식적 요소로 두고 실제론 싱글 배기구인 차들보단 이쪽이 훨씬 정직하고 보기 좋다고 생각됩니다.


19인치 멀티스포크 휠이 기본이며, 245/45R19 굿이어 이글 투어링 타이어를 순정으로 씁니다. 3.6 플래티넘 모델부터 20인치 휠타이어가 들어갑니다.



2. 내장
물리버튼을 최소화하고 터치 인터페이스 위주의 심플한 레이아웃을 보여주는 CT6의 실내.


10.2인치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매우 커서 시원시원해보이긴 하지만, 쉐보레 마이링크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세련미가 떨어지는 캐딜락 CUE 인포테인먼트는 심미성 측면에서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계기반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고딕체 느낌의 폰트 또한 너무 올드한 느낌이고요. 하단의 공조 컨트롤러는 그나마 터치가 아닌 일반 물리버튼들로 구성해 쓰기 편하고 직관적입니다.


몇가지 추가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이..
1) 해상도 문제인지 화질이 떨어지는 어라운드뷰 및 전/후방 카메라 영상
2) 운전석에서 너무 멀리 있는데다가 터치형이라 사용이 불편한 비상등 버튼
3) 직관적 조작이 어려운 가로 좌우 이동형 볼륨 터치 컨트롤러(원형 다이얼을 돌려달라!)
4) 원가절감도 아닌 원가낭비.. 이해할 수 없는 글로브박스 오프너 터치버튼


3.6 플래티넘 최상위 모델에는 12인치 풀 스크린으로 들어가지만, 2.0 터보와 3.6 프리미엄 기본형에는 가운데 8인치 클러스터 좌우에 아날로그식 속도계, RPM게이지가 들어갑니다. 8인치면 나름 화려한 그래픽을 가미해 세련되게 구성할 수도 있을법한데 상단에 유류계, 수온계 등의 4가지 게이지를 상시로 두고 하단 트립모니터는 상당히 단조로운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RPM게이지에 엔진오프 구간과 오토스탑 구간이 따로 표기된 점은 쉐보레든 캐딜락이든 GM그룹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특징


단조로운 스티어링 휠은 CT6에서 가장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 쉐보레 대중차들에서 볼 수 있는 큼직하고 투박한 질감의 플라스틱 버튼들이 가득해 고급감이 떨어집니다. 솔직히 캐딜락 로고만 없으면 이 차의 핸들이 약 7천만원짜리 차의 핸들이라곤 아무도 생각 안할듯.. 사진상으론 전혀 확인되지 않지만, 핸들 뒷쪽에 작은 플라스틱 패들시프터가 좌우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통풍/열선 기능이 모두 제공되는 1열 시트. 충돌위험 감지 등에 따라 자동으로 벨트를 꽉 조여주는 기능도 있고, 전/후방 주차센서 및 사각지대 경보, 차선이탈경보 등 경고음 안내가 필요한 시점엔 소리 대신 시트의 진동으로 경고메시지를 보냅니다. 경고음이 동승자들에게 불안감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간혹 경고기능 자체를 끄고 다니는 분들도 종종 있으신데, 시트 진동은 운전자의 둔부를 통해서 바로 전달되면서 실내에 아무런 소음을 유발하지 않기에 조용하게 VIP를 의전할 때엔 의외로 효과적입니다.


기어노브는 흔히 고급차에 많이 쓰이는 시프트 바이 와이어 타입 대신 전통적인 시프트 바이 케이블 타입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운전을 즐기는 분들은 손목으로 철컥 조작감이 느껴지는 맛 때문에 이걸 선호하는 분들도 많지만, 이 변속기 때문에 자동주차보조 기능 작동 시에 전진, 후진 기어조작을 운전자가 직접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은 따릅니다. 수동변속모드는 아래 M단으로 들어가 핸들 뒤의 패들시프터로 작동 가능합니다.

컵홀더 아래쪽엔 캐딜락 CUE 인포테인먼트 활용을 돕는 마우스형 터치패드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센터콘솔 보조수납공간은 의외로 거의 없는 편.


라이트 플래티넘 가죽시트와 짙은 우드그레인, 그리고 브론즈 카본파이버가 조화를 이루는 내장재의 분위기는 제법 근사합니다. 일부 자주 손에 닿는 부속들이 저렴한 무광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 것이 고급차 치곤 조금 깨지만, S클래스 덩치의 차가 E클래스 수준의 가격대를 가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봐줄만합니다. 기본으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내장형 보스 10스피커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가고, 3.6 플래티넘엔 무려 34스피커 보스 파나레이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갑니다.


후방카메라가 두개 달린 모습. 과연 어떤 용도일까요?


바로 리어카메라 영상으로 연동되는 백미러 때문에 후방카메라가 두개나 달린 것입니다. 워낙 큰 차라서 사이드미러가 넓어도 좌우 사각지대가 생기는데, 레버 하나로 쉽게 켜고 끌 수 있는 카메라 백미러는 좌우 사각지대까지 보다 폭넓게 보여주며, 비가 많이 온다든가 어둡거나 선블라인드를 쳤다든가 등 후방시야에 제약이 생길때에도 깨끗하게 후방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CT6의 최대 매력은 바로 뒷자리에서 나옵니다. 휠베이스 3,109mm짜리의 대형차답게 키 181cm의 필자 기준으로도 레그룸이 무척 여유롭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독일제 E세그먼트 세단(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될 광활함이죠.


가운데자리 시트 하단에 USB포트와 파워 아웃렛 등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후륜구동차 특성상 가운데자리까지 사람을 세명 꽉채워 앉기 불편하다보니 이런식의 배치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별도의 암레스트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 리모컨은 없습니다. 뒷좌석 파워시트와 통풍시트 기능은 3.6 플래티넘부터만 기본.


울트라뷰 선루프로 명명된 넓은 선루프는 뒷자리에서도 하늘이 올려다보입니다.


외형 크기만큼이나 넓다란 트렁크. 플로어 아래엔 스페어타이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3. 성능/주행감각
CT6 2.0 터보의 페이퍼스펙은 최대출력 269ps@5,60rpm, 최대토크 41.0kg.m@3,000~4,000rpm입니다. 4기통 2.0 터보 구성의 후륜구동 고급세단 중 비교군을 찾으면 벤츠 E300보다는 출력과 토크가 모두 우세합니다. 특히 CT6의 이점은 중량에서 오는데, CT6만의 전용 후륜구동형 플랫폼과 경량 알루미늄 합금 바디로 인해 2.0T RWD 기준 1,735kg의 가벼운 공차중량을 가집니다. 이 차보다 훨씬 작은 벤츠 E300이 1,740kg로 오히려 소폭 더 무거우며, 6기통 이상만 존재하는 제네시스 G80이 1.9톤대, 제네시스 EQ900이 2.0톤대인 점을 감안하면 CT6가 얼마나 가볍게 만들어졌는지를 알 만 합니다.

CT6의 가벼운 중량은 경쾌한 운동성능에도 일조합니다. 출력이 300마력도 안되는만큼 머리가 뒤로 확 제껴질 정도의 잽싼 가속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일상적인 주행여건에선 8단 자동변속기가 힘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2천rpm 미만으로 정숙하고 여유로운 주행을 가능케 합니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밀어붙여봐도 4기통 저배기량 과급엔진 특유의 쌕쌕거리는 소리가 전해져 들려올 뿐 의외로 차의 NVH 성능은 대단히 훌륭합니다. 방음대책에 있어서만큼은 거짓말 않고 벤츠 E300보다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매뉴얼 변속을 시도할 때 반박자 느리게 따라오는 8단 자동변속기의 반응은 조금 아쉽지만, 추월가속과 100kph 중후반대 고속 크루징에도 가뿐한 모습을 보면 성공적인 다운사이징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라이드 & 핸들링 느낌도 기대 이상. 고갯길에 차를 던져봐도 제법 회두성이 좋고 롤링이 최소화되어 있습니다. GM 고급 내지 스포츠카들에 많이 적용되는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타이어도 평범한 굿이어 이글 투어링 사계절용 스펙임에도 거동의 기본기가 독일차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노면의 요철을 여럿 넘어봐도 보수적 취향의 국내 대형차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먹힐만한 부드럽고 나긋한 승차감을 선보입니다.


단점을 짚어보자면 다이나믹한 주행을 방해하는 옥의 티같은 조작계 구성. GM 차들이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는 변속기 노브 상단의 토글형 시프터 버튼이 없는게 천만 다행입니다만 그것 대신 달아둔 패들시프터는 누가 안내라도 먼저 해주지 않으면 차에 관심 없는 사람은 보유하는 내내 평생 못 찾을 것 같은 이상한 위치에 매우 작게 붙어 있습니다. 드라이브모드 전환 버튼 또한 센터콘솔 안쪽에 누르기 불편한 위치에 조그맣게 붙어 있으며, 다른 차들과 다르게 한번 누르면 현재 드라이브모드 상황을 보여줄 뿐이고, 그다음 한번을 또 눌러야 모드 전환이 가능합니다.



4.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CT6 2.0T의 ADAS는 FCW(전방추돌경보), AEB(자동긴급제동), LDWS(차선이탈경고), LKAS(차선유지보조)까지 적용됩니다. 풀 스피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3.6 플래티넘 최상위 모델에서만 들어갈 뿐이고, LKAS는 쉐보레 크루즈, 말리부에서 체험했던 것과 동일하게 차선 이탈 직전에 역방향 스티어 개입만 하는 마이너한 어시스트에 그칩니다. HUD가 없는 대신 헤드업 LED 경고등이 들어가는 점도 쉐보레 차들과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부분(단 3.6 플래티넘엔 HUD 적용). 이 차에서 300~400만원 정도 비싸져도 좋으니 ADAS 기능이 강화된 상위트림 선택권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봅니다. 자동주차 보조시스템이 기본이긴 한데 개인적으론 자동주차 보조시스템을 빼고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들어있었다면 훨씬 만족스러운 시승 기억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 SBW 변속기가 아닌지라 변속기의 D단과 R단을 연신 직접 조작해야 하는 CT6의 자동주차보조는 벤츠 E300의 것에 비해 손이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물건이라서..



5. 연비
풀투풀 테스트는 여건상 진행하지 못했지만, 대여기간간 300km 넘게 주행하며 여러가지 여건에서 그때그때 트립연비를 관찰해봤습니다. 도심에서 가다서다 할때며 산길에서 빠른 페이스로 주행할때는 8km/L 초중반대의 트립연비를, 고속도로에서 느긋하게 달릴 때엔 12km/L 초중반대의 트립연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공인연비제원인 도심 9.0km/L, 고속도로 12.2km/L, 복합 10.2km/L과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죠.


대여 후 가볍게 50km 가량 주행 후 만탱크 주유 후 329km 주행 후 주유계가 1/2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기름탱크 73리터짜리 차인 점을 감안하면 트립연비와 비슷하게 9km/L 초반대의 연비가 나왔다는 이야기. 6기통 3리터 중후반대의 국산 대형차들보다는 유류 소모 부담이 훨씬 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6. 가격 대비 가치
CT6 2.0 터보는 별도의 옵션 선택권이나 상위트림 구분 없이 6,980만원짜리 단일트림만 판매됩니다. 오너드리븐 고급세단으로서 필요한 비주얼 요소(LED 헤드램프, 19인치 휠타이어 등)와 편의/안전사양(1열 통풍/열선시트, 열선핸들, AEB, BSD, LKAS 어라운드뷰 등)들을 기본으로 품고 있지만, 전술한대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HUD 등의 부재가 옥의 티.

하지만 이 차의 가격 대비 크기 이점은 분명합니다. 비슷하게 4기통 2.0리터 터보엔진을 사용하는 독일차들(벤츠 E300, BMW 530i 등)은 CT6보다 작고 엔진의 페이퍼스펙도 약열세에 가격도 5~10%가량 더 비쌉니다. 사실 ADAS 기술의 편리함을 여러 차종을 통해 맛본 저로선 더 저렴한 가격에 ADAS가 기본인 기아차의 신형 K9(RJ) 3.8에 더 끌릴듯 하지만, 넉넉한 공간과 실속있는 가성비를 따지는 수입차 소비자에게 CT6은 숨은 보배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7. 총평
캐딜락 CT6 2.0 터보는 GM이 차를 사실 잘 만드는 메이커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대형차의 몸집임에도 다이어트가 잘 되어 있어 사뿐한 거동과 우수한 연비를 동시에 챙겼고, 2.0리터 터보 엔진은 철저한 NVH 대책과 더불어 6기통 대배기량 못지 않은 성능과 정숙성을 선사하고, 사양구성 대비 가격은 동급, 동가격대 고급차들 대비 확실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시트 진동을 시끄러운 경고음 대신으로 활용하는 점이며, 카메라 영상을 활용한 백미러 등의 근사한 신기술도 적극 활용하는 점도 혁신적이고요. 다만 원가낭비 요소(터치컨트롤러일 필요가 전혀 없는 것들이 터치컨트롤로 마련된 부분)와 원가절감 요소(저화질 UI와 투박한 일부 실내소재)의 불협화음이 못내 아쉬운데, GM은 경쟁사들의 고급차 만드는 섬세한 방법에 대해 좀 더 벤치마킹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이 차는 전반적 만족도가 기대 이상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습니다. 누구든 타보면 막연한 편견이 대차게 깨질만한 잠재력을 가진, GM의 숨겨진 진주와 같은 차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장점 : EQ900만한 덩치와 실내공간, E300 뺨치는 정숙성과 주행성능, 이 모든 것을 7천만원 밑도는 가격에!
단점 : 세련미가 부족한 CUE 인포테인먼트, 쓰기 불편한 터치형 비상등버튼, 고급브랜드 대형차답지 않은 일부 투박한 실내 마감소재, 3.6 최상위급을 가지 않고선 선택 불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등의 부가옵션

본 후기 글은 한국지엠 캐딜락의 시승차량 지원으로 작성되었으며, 글 작성과 관련하여 한국지엠 캐딜락으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대가도 제공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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