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벤츠 E300 익스클루시브 시승기 (W213)


요즘 한국내 수입 비즈니스세단 중 가장 인기 좋은 벤츠 E클래스의 주력모델, E300을 시승해보았습니다. 그리 꼼꼼히 타보지는 못했으나, 이 차의 인기 요인에 대해서는 나름 이해해볼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1. 외형
한 세대 전의 W212의 후기형 모델부터 E클래스는 트림별로 얼굴이 차별화됩니다. 아방가르드 트림은 그릴 중앙에 벤츠 로고가 붙고,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그릴 상단에 후드탑 형태의 벤츠 로고가 붙습니다. 권위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중장년층은 후자를 많이들 선호하시죠. 시승차도 익스클루시브 타입으로 타봤는데, 요새 최신 벤츠 중엔 후드탑으로 벤츠 로고 붙는 차들이 많이 없는듯하여 오히려 더 유니크하고 좋았습니다. 차의 앞머리가 어디서 떨어지는지를 파악하기에도 좋고요.


날카로운 각으로 남성미를 강조했던 이전 W212 모델과 달리 신형 W213 모델은 부드러운 느낌이 가미되어 누구나 호감을 가질듯한 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벤츠 대중소라는 드립을 흥하게 만들 정도로, 각도에 따라 C클래스와 지나치게 비슷해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


헤드램프, 테일램프는 모두 풀 LED로 적용됩니다. 제네시스 G80만 해도 하위트림은 HID 전조등에 할로겐등 사이드 인디케이터가 들어가는데, 벤츠는 제일 낮은 E200 기본형에서도 풀LED의 구성입니다. 해외에서 할로겐 전조등이 들어간 벤츠들 보면 그렇게 없어보일 수가 없는데, 역시 사람도 차도 눈매가 또렷해야 예쁜 법이죠. 물론 풀LED를 적용하는 대가로 빼먹는게 많은건 함정


휠은 반면 흔한 현대기아차에서도 보이는 표면절삭가공같은 팬시한 디테일 없이 그냥 투박한 디자인의 멀티스포크 휠이며, 파노라믹 선루프도 아닌 일반 선루프입니다.



2. 인테리어
고전적이면서 세련미도 살아있는 디자인의 실내는 많고 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립했습니다. 나파 가죽시트는 아방가르드 트림에 들어가는 일반 가죽 대비 질감이 더욱 고급스러워서 좋았습니다.


밝은 브라운 컬러의 오픈포어 애쉬 우드트림은 결의 질감이 살아있고, 적용 면적이 넓어 매우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어두운 환경에선 무드등이 길게 펼쳐지며 더욱 고급감을 더합니다.


전동시트 컨트롤러 및 열선/통풍 버튼 등도 도어트림에 붙여두었으며, 은빛으로 빛나는 원형의 부메스터 스피커 커버도 시각적 만족감을 더 합니다.


터치 컨트롤러와 물리버튼을 잘 조합한 스티어링 휠. 벤츠도 핸들 뒤에 이런저런 레버들을 배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왼쪽으론 크루즈 컨트롤 레버와 열선 스티어링 휠, 오른쪽으론 칼럼식 기어 시프터를 마련했습니다.


언덕을 타고 내려오듯 배치된 센터 조작계 버튼들. 비상등, 볼륨 컨트롤러 등 자주 쓰는 버튼들이 기성의 고급세단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배치되어 적응을 요하는 단점이 있지만, 차에서 이것저것 만지기 귀찮아하는 분들에겐 크게 단점으로 다가오진 않을 것 같습니다.


터치형 커맨드 컨트롤러와 고화질 센터 디스플레이는 사용성이 훌륭합니다. 계기반부터 센터 디스플레이까지 와이드 화면으로 붙어있다보니 보다 시원시원하게 정보를 알기 쉽게 표시해주는 장점이 있죠. 후방카메라와 어라운드뷰는 제가 경험한 차 중 제일 고화질에 가장 보기 좋았습니다.


다만 센터 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이 적용되지 않으며, 내비게이션은 본사개발임을 열심히 어필하고 있음에도 구리포천 고속도로조차 입력이 안되어있는 뒤쳐짐에 실망이 큽니다. 터치스크린 패드 내장형 컨트롤러는 목적지를 직접 손으로 입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입력된 목적지 정보가 많지 않아서 별 쓸모가 없는게 함정.. 그냥 핸드폰 내비를 보조라기보단 메인으로 쓰겠다고 생각하는게 편합니다.


고급차의 상징은 역시 좌우로 열리는 암레스트 수납함에서 오는 것일까요? 두개의 USB 포트도 이 안에 숨어있습니다.


뒷자리는 제네시스 G80보다는 레그룸이 약간 열세지만, 어른 두명을 태우고 장거리를 달리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는 공간여유를 제공합니다. 편의옵션으로는 시트 열선과 2열 송풍구 정도가 끝. 접이식 컵홀더와 매우 얕은 수납공간뿐인 초라한 암레스트는 동급 독일차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이 체급 차를 의전용으로보다는 오너드리븐 세단으로 많이 쓰는 유럽 현지 취향상 계속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특기할만한 장점도 단점도 보이지 않는 전동식 개폐형의 트렁크 공간. 스페어타이어가 없어서 하단 보조수납공간 여유가 더 많이 남습니다.



3. 성능/주행감각
E300은 M274라는 이름의 2.0리터 4기통 터보 휘발유 엔진을 쓰며, 최대출력 245ps@5,500rpm, 최대토크 37.7kg.m@1,300~4,000rpm 제원을 가집니다. 지난 세대까지만 해도 E300의 이름은 6기통 3.5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쓰던 트림이었으나, 현세대부터 이름만 그대로 유지한 채 엔진은 4기통 터보로 대폭 다운사이징되었죠. E세그먼트 세단을 고작 4기통 2.0리터 터보 차로 이끌기에 충분할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 운행해보니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추월가속 시 갑갑함이 먼저 느껴질 정도로 가속력은 솔직히 말해 시원스럽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중고속 이후까지 꾸준히 속력을 붙일 수 있어 x90까지도 무리없이 올라갑니다. 9단 자동변속기는 100km/h 정속 주행 시 9단 1,500rpm 정도를 유지하며 매우 정숙한 크루징을 가능케 합니다. 중고속에서도 가능한 단수를 높게 가져가며 정숙한 주행과 높은 연료소비효율을 유도하고요.


그리고 벤츠 후드탑 로고가 붙는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아방가르드나 AMG 대비 소프트한 세팅의 서스펜션을 가져 정말 컴포트한 주행이 가능합니다. 50km/h로 과속방지턱을 타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충격을 부드럽게 삼키고 넘어가는 느낌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x50 이상의 고속에서도 의외로 위아래 출렁거림이 적고요. E바디 시절 BMW에 익숙한 동행 지인께서는 고속에서 너무 스티어링 필링이 가볍다고 하시던데, 제게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정도. 연비는 시승시간과 여건상 측정 기회가 없었는데, 공인복합연비 기준으론 10.4km/L로 경쟁사 6기통 대배기량 차들 대비 다운사이징의 이점을 꽤나 보고 있습니다.

단점도 몇가지 느껴졌는데, 우선 첫째로 4기통의 거친 엔진음. 앞서도 언급했듯 출력 자체는 결코 모자라지 않으나, 악셀 전개량을 급하게 높히며 속력을 올릴때면 엔진음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 세단에 대한 기대치에 반도 미치지 못합니다. 스포츠 모드 진입 시 엔진음을 인위적으로 증폭시키는데, 이게 7천만원짜리 차에서 나는 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질감에 실망하여 절로 컴포트 모드로 이동하게 됩니다. 물론 진동은 매우 적으나, 엔진음에 있어서는 기존 6기통 대형차에 익숙한 분들에게 조금 반감을 살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둘째는 9단 자동변속기로 강제 수동변속을 시도할 때의 불쾌한 변속충격. 일상적으로 자동변속기를 D단에 두고 느릿느릿 주행할 때엔 전혀 문제되지 않는 부분이나, 이상하게 스포츠모드에서 패들시프트로 수동변속을 시도하면 DCT 차들마냥 울컥거리며 거칠게 몸을 요동칩니다. 세상 컴포트한 하체에 변속기만 이렇게 튕기는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4.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E300 익스클루시브는 뭔가 애매한 ADAS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없어서 실망스러운 와중에 차선유지 어시스트도 예전에 타본 한국지엠 쉐보레 말리부처럼 차선 이탈 직전에 역방향 스티어만 보조하는, 소극적인 단계의 시스템에 불과했습니다. 손에서 핸들을 떼면 좌우 핑퐁 현상을 불안하게 반복하여, 안정적 직진 주행을 기대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운전은 오로지 운전자의 손발로만 해야 한다는 주의의 운전자라면 단점이라고 여겨지지 않겠지만, 요즘 시대의 고급차 치고는 옵션이 너무 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디스트로닉이라는 사양이 들어가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적용차종인데, E클래스 중 기본사양으로 마련한 차는 1억원에 달하는 E400 4MATIC EX뿐.



다만 감동적일 정도로 훌륭했던 것은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 제가 체험한 자동주차보조 시스템 중 가장 앞선 차였습니다. 좌/우측 양쪽 모두 빈자리 탐지가 가능하며, 주차 가능한 자리가 탐지되고 후진기어만 넣어주면 그 이후의 조향, 가/감속, 기어조작 모두 차가 스스로 해냅니다. 제가 체험한 자동주차보조시스템 차들은 대부분 기어레버 조작은 운전자가 직접 했어야 하나, E300은 전자식 칼럼시프터 AT라서 구현 가능한 부분이죠. 물론 오조작 가능성은 항상 열어둬야 하기에 브레이크 조작 준비는 항상 하고 있어야 하며, 빈자리 탐지는 사람의 눈보다는 둔하기에 급하게 주차가 필요한 상황이면 쓸모없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엄청나게 큰 차는 아닌만큼 직접 주차해버리는게 더 빠르고 편하긴 하죠.



5. 가격 대비 가치
E300 익스클루시브(약칭 EX)는 정가가 7,720만원입니다. 근래 E200이라는 최하위 트림 할인을 무척 세게 건 모양인데, 기존 주력 트림이었던 E300은 워낙 정가에도 판매가 잘 되고 있어서 할인이 별로 안 걸리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근사한 풀LED 헤드/테일램프, 질 좋은 나파가죽과 어라운드뷰/HUD, 가장 진보된 자동주차보조 시스템, 1열 열선/통풍, 2열 열선시트는 오너드리븐 세단으로서 부족함 없는 구성을 자랑하지만, ADAS 옵션은 정작 현대차그룹에 비교해도 매우 박합니다. 제네시스 G80은 5천만원 미만의 기본 트림에서도 200만원만 얹으면 정교한 HDA 등이 따라오는 ADAS의 정점을 체험할 수 있고, 그랜저나 더 낮은 값의 현대기아 뱃지의 보급형 차들에도 해당옵션 선택권이 폭넓게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E클래스에서도 ADAS 관련옵션을 인디비주얼 옵션으로 추가할 수는 있다고 하는데, 가격이 비싼 것은 둘째치고 출고기일이 거의 반년 더 걸린다고 하니 실질적으로 선택하는 분은 많지 않겠죠.

ADAS의 미덕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본 분은 이 차의 가격대비 가치를 저평가하겠지만, 정작 수입 E세그먼트 세단 중에선 E클래스가 절대 강자라는 점이 아이러니.. 강력한 경쟁상대인 BMW 5시리즈는 G30으로 풀모델체인지를 거치며 ADAS 관련옵션이 기본탑재된데다 할인을 거의 상시 수준으로 크게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클래스 대비 판매량이 늘 밀리는데, 고급차로 갈수록 벤츠 엠블럼이 주는 고급감을 이겨내기가 이렇게나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6. 총평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이 차는 한국 고급차 시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구성한 패키징의 차라고 생각합니다. 외관이든 내장이든 시각적으로 딱 들어오는 부분에 대해선 고급감을 확실하게 챙겼고, 한국의 기성 대형차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옵션들은 잘 눌러담았으나, ADAS와 같은 최신 시대 고급차들에 필요한 옵션을 배제하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보긴 애매합니다. 물론 제네시스 G80이나 BMW 5시리즈처럼 ADAS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고를 수 있는 차도 있지만, 대형차로 갈수록 벤츠 삼각별 로고는 존재 자체가 거의 치트키입니다. 중장년 오너드라이버들이 컴포트하게 주행하기엔 더할나위 없이 제 역량을 발휘하고 있고요. ADAS 기술이 결코 부족한 메이커가 아님에도 일부러 배제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이렇게 팔아도 한국에선 날개 돋친 듯이 팔리니 어찌보면 배짱이죠. 하지만 신기술에 대한 적응이 느리거나 관심 자체가 없는 대형세단 소비자층은 꽤나 많습니다. E300 EX는 소비자 타게팅을 정말 얄미울 정도로 잘 한 차이며, 앞으로도 높은 인기를 누릴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같은 값에 디스트로닉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관심 밖일듯..

장점 : 4기통임을 잊게 만드는 동력성능, 부드러운 승차감, 겉으로 드러나는 내외부 표현요소들의 고급감, 가장 진보된 자동주차보조 시스템
단점 : 4기통임을 온몸으로 울부짖는 급가속 소음,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박한 ADAS 관련옵션, 스포츠 드라이빙에 적합하지 않은 파워트레인 궁합과 스티어링 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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