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도 끝난 기념으로 충무로 세기P&C를 찾았습니다. 시그마 카메라, 짜이즈 카메라, 맨프로토, 짓죠, 빌링햄,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카메라와 악세사리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삼각대계의 명품 짓조 코너를 찾았습니다. 짓조는 2차 세계대전 때 흔들림 없는 기관총 받침대를 만들던 회사로 유명했는데, 전쟁 이후 평화로운 산업으로 전향할 것을 선언하며 삼각대를 만들기 시작해 지금까지 많은 프로 사진가들에게 사랑받는 회사입니다.

이렇게 일반 사용자용 소형 삼각대를 만들기도 하고


전문가용 대형 장비들은 가격대가 풀프레임 카메라 한대 급.. 끙

제 관심 대상은 트래블러 시리즈로 나온 제일 오른쪽의 GT-1544T!



카본파이버 튜브의 경량 소재는 다리 기준으로 1kg를 살짝 밑도는 가벼운 무게를 자랑합니다. 한 손으로도 가볍게 잡힙니다.


사진으로 찍어오지는 못했지만, GT-1544T의 장점은 삼각대 세 다리를 180도 꺾어올리면 이렇게 휴대에 용이한 짧은 길이로 변신한다는 것입니다. 별 것 아니어보이지만 수납 길이가 25% 줄어드는 것은 삼각대를 챙겨가려는 배낭여행족에게 엄청난 메리트가 될 것입니다.

바람이 많이 불면 세워둔 삼각대가 흔들리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가운데에 달린 고리에 카메라 가방을 걸어 고정시키면 삼각대 지지에 도움이 됩니다.

다리를 펼 때 사용하는 G-Lock 체결 방식은 간단히 돌리는 것만으로도 잘 풀리고 탄탄히 고정됩니다.


가벼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8kg까지 지지할 수 있는 능력은 과연 짓조답습니다. 가격 뒷자리에 0 하나만 빠지더라면 진짜 그자리에서 질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별도 구매해야 하는 헤드 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돈값을 하니까요


벽 쪽에 전시된 올드 카메라들도 구경해보고..




단순히 삼각대를 사려면 굳이 짓조 정도의 물건까지는 필요가 없습니다. 짓조 헤드를 살 돈으로 왠만한 크롭 DSLR를 충분히 받칠 수 있는 중저가의 좋은 삼각대들 두세대도 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쓰는 5만원가량 견적의 삼각대도 기본적 성능에는 큰 불만이 없습니다만, 휴대하면서 여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무거운 무게와 부담스러운 부피, 바람 많이 부는 날에는 버티기 힘들어하는 점, 조금 무거운 렌즈만 올리면 슬슬 아래로 처지는 약한 받침 능력은 늘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걸 가지고 크게 불평하지는 않았습니다. 삼각대는 원래 그런 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오늘 본 짓조 삼각대는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이렇게 여행용으로도 부담이 없는 무게, 부피와 동시에 강성을 살린 엄친아격 모델이 존재하던 것이었습니다. 넘사벽인 가격이 장벽이 됩니다만 이 정도면 질러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꽁돈 좀 생기면 틈틈이 카메라 바디 기변을 꿈꿔왔는데, 이제는 짓조 삼각대를 들이는 걸 새 꿈으로 잡아봐야겠습니다. 삼각대는 한 번 사면 사진 취미를 접기 전까지는 평생 쓸 수도 있는 물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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