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포르쉐 911 카레라 4GTS 시승기 (991.2)


포르쉐의 대표 모델 911 시승 후기입니다. 911은 60년대부터 약 60년가량 동일 이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유의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구동방식을 잘 계승하여 명실공히 전세계인의 워너비 스포츠카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2019년부터 코드네임 992라는 이름의 풀모델체인지 신모델을 판매 중에 있고, 소개드릴 차는 구형이 된, 코드네임 991에 해당하는 모델입니다. 그래도 후기형 모델 중 단종 거의 직전 연식의 순정 모델이면서, 주행거리가 2만km도 채 되지 않았기에, 차량을 평가하기에 충분히 좋은 컨디션이라 생각됩니다. 포르쉐 911은 세대교체에 따른 디자인 변화가 그렇게 극적이지 않고, 3~4년차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후기형(이하 991.2로 표기)은 디자인 뿐만 아니라 구동계통 측면에서의 많은 개선을 이루기에, 조금 낮은 문턱으로 911을 꿈꾸기에는 직전 세대의 후기형 중고차도 충분히 검토 대상에 둘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다뤄볼 차는 카레라 4GTS에 해당하는 등급입니다. 911은 일반형 카레라 모델의 서열 구조상으론 GTS가 가장 고성능이고, 사륜구동이라는 이유로 숫자 4가 붙어서, 카레라 4GTS라는 긴 풀네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엉덩이 뒤에 붙은 911 Carrera 4 GTS라는 기나긴 풀네임을 보니 발음하는 것부터 숨막힐 것 같습니다. 992 신모델에는 아직 GTS 모델이 존재하지 않기에, 이 차는 트림레벨상으로는 아직 후속이 없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죠.



1. 외형
저는 21세기의 911 중에서는 이 991.2의 전면부 디자인을 제일 좋아합니다. 최신 포르쉐의 4포인트 점등 디자인을 데이라이트 쪽에 자연스럽게 적용하면서, 유선형의 와일드한 디자인을 가장 잘 구현했다고 생각됩니다. 범퍼 디자인도 기본 범퍼보다 에어 인테이크의 면적을 넓혔지만 대놓고 요란해보이지 않고, 딱 적당해보이는 멋을 완성했습니다. 992 최신모델의 경우 자 대고 싹둑 자른듯한 보닛 절개라인이 조금 어색한 것이 아쉬운데, 991.2는 역대 911의 디자인 특징을 가장 세련되게 최신화한 마스크를 가졌다 할 수 있습니다.


4.5m를 살짝 밑도는 전장을 가지면서, 휠베이스는 2,450mm로 경쟁모델 중 가장 짧은 수준입니다. 프론트 오버행이 짧은 FR구동 경쟁모델(BMW M4, 벤츠 AMG GT 2도어)과도 다른 비례고, 리어 오버행이 짧은 MR구동(쉐보레 콜벳 C8) 등 경쟁모델 대비 뒷바퀴 축이 훨씬 앞쪽으로 나와 있기에 가능한 독특한 비례입니다. 911을 잡겠다고 크기제원까지 대놓고 모사해 나오는 차들은 많지만, 이 차와 실루엣까지 비슷한 차는 정말 없을 것입니다.


리어는 테일램프 디자인을 입체화하고, 범퍼 디자인을 더욱 세련되게 매만졌습니다. 991 모델까지만 해도 긴 라이트바와 더 넓은 리어 펜더는 사륜구동 모델에만 적용되는 차별화 요소였기에 4GTS인 이 모델도 양쪽 테일램프 사이를 잇는 라이트바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992 신모델엔 후륜구동/사륜구동 구별 없이 그냥 라이트바가 기본 적용되게 바뀌었죠. 입체적으로 바뀐 신규 테일램프와 라이트바가 너무 잘 어울립니다. 머플러 또한 일반 카레라/카레라S가 좌우 끝으로 뻗은 머플러팁을 가진다면, GTS용 머플러팁은 가운데로 모은 트윈 배치로 더욱 전투적인 느낌을 부여합니다.


속도에 따라, 또는 버튼 조작을 통해 세워올릴 수 있는 가변 윙의 모습. 기본 GTS는 그냥 민머리 루프인데, 옵션 추가로 약간의 덕테일 스포일러같은 고전적인 멋을 또 부여했습니다.


앞 245/35ZR20, 뒤 305/30ZR20 타이어를 사용하며, 옵션 추가한듯한 센터락 휠캡 사양의 터보S 휠이 적용되었습니다.



2. 인테리어
무엇 하나 단점을 지적하기 힘든 완성도 높은 외관과 달리, 인테리어는 호불호가 나뉠만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포르쉐의 회사 규모상 좌/우핸들 모델을 최대한 저비용으로 병행생산하고자 좌/우 대칭으로 만들다보니 운전자측으로 조작부가 꺾인 타사 차들보다 조금 사용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옵션 가격을 더 바르는대로 좋아지겠거니 생각하려 해도 구석구석 만져지는 마감재나 버튼 질감이 가격에 비해 썩 고급스럽지는 않습니다. 아래에 서술하겠지만 사용편의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많고요. 하지만 달리기 성능으로 모든 것을 용서받는 차지요.


991.2로 업데이트되며 스티어링 휠이 특히 많이 좋아졌습니다. 에어백 커버 지름을 줄이고, 스포크 안쪽에 구멍이 뚫린 메탈릭한 느낌의 장식을 추가하여 마치 튜닝카의 전용 스티어링 휠 느낌을 줍니다. 구멍이 많아서 핸들리모콘 버튼 자리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햅틱 휠을 좌/우 끝단에 두어 조작의 직관성은 오히려 더 좋아졌습니다. 다만 핸들 열선 버튼이 핸들 6시쪽 뒷쪽에 아무 표시도 없이 교묘히 붙어 있어서, 모르는 사람들은 평생 달려있는지도 모르고 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어백커버 4시쯤 위치에 다이얼형 드라이브모드 셀렉터를 둔 것도 매우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센터콘솔 쪽에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버튼을 두면 시선이 너무 많이 이동하기에 주행 중 쓰기 너무 불편한데, 자주 만지는 스티어링 휠 쪽에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다이얼을 작게 두어, 여느 극한 주행 상황에서도 쉽게 조작 가능하게 해두었습니다. 사실 스티어링 휠 하나에 모든 기능조작을 다 우겨넣으려 하는 페라리에서 훨씬 오래 전부터 좋아하던 방식이긴 했습니다만..


911의 바디 셰이프를 닮은 듯한 스마트키. 60여년 전 르망 레이스에서의 조작 편의성을 위해 스티어링휠 좌측에 시동장치를 두었던 전통을 계승하여, 포르쉐 차들은 모두 통상의 차들의 반대 방향에 시동장치가 붙어 있습니다. 특이하게 이 차는 일반적인 시동 버튼이 아닌, 스마트키 소지 상태에서 저 막대가 꼽힌듯한 부분을 돌려서 시동을 걸거나 꺼야 합니다. 원터치가 아니라서 조금 불편하긴 합니다만, 오랜 헤리티지를 가진 스포츠카의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계승한다는 측면에서는 나름 납득이 될만한 재미요소.


다섯개의 원으로 분산된 계기반의 모습. RPM 게이지를 가장 크게 배치하면서, 속도계는 안그래도 지름도 작은데 가운데 RPM게이지에 걸쳐지면서 못쓰게 되는 부분이 많은 와중에 330km/h까지 촘촘히 숫자를 그어야 해서 운전중에 잘 보이질 않습니다. 다행히 RPM게이지 아래쪽에 디지털로 속도계가 붙으니 그것을 참조하는게 가장 좋겠습니다.


991.2까지는 아날로그 게이지의 계기반 구성입니다만, 우측 끝에서 두번째의 칸은 디지털 스크린입니다. 햅틱 휠을 돌려가면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고,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띄울 수 있습니다. 992부터는 정가운데 RPM 게이지만 남기고 좌/우 모든 영역이 풀 디지털 스크린이 되는데, 이런 식으로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살린 991.2 스타일의 계기반도 좋아보입니다.


모니터 베젤을 줄인 7인치 스크린을 적용한 991.2부터 조금 더 인포테인먼트 사용 편의성이 좋아졌습니다. 다만 센터페시아의 폭이 은근 좁다보니, 오밀조밀 모아진 버튼을 시선을 내려 찾아 쓰는것은 오랜 적응시간을 요합니다. 내비게이션은 계기반 스크린 연동이 되긴 하지만, 너무 쓰기 불편해서 차라리 애플 카플레이가 지원된다는 것에 다행이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그럭저럭 참고 쓰더라도, 버튼도 너무 작은 와중에 기어봉에 가려서 잘 안 보이는 공조장치 쪽이 매우 아쉽습니다. 너무 불만만 말한 것 같아서 조금 띄워주자면, 옵션 추가로 채택된 통풍시트가 더운 날씨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입차들이 통풍시트에 너무 인색한 경우가 많은데, 포르쉐는 개별 옵션 선택권이 넓다보니 통풍시트도 넣을 수 있는 점이 장점입니다. 다만 옵션 선택가격은 열선시트 70만원, 통풍시트 150만원. 각각입니다 (..)


시프트 바이 케이블 방식의 전통적인 기어레버 달린 차는 오래간만에 타봅니다. 기어봉이 움직이는 부분을 커버로 가려서, 좀 더 깔끔하고 미래적인 느낌. 최신 992부터는 작은 전자식 기어레버가 들어가는데, 이런 식의 재래식 기어레버도 반가운 것 같습니다.


기어 뒤쪽으로는 각종 버튼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왼쪽엔 PDCC(포르쉐 다이나믹 섀시 컨트롤), ESC OFF 버튼, 그리고 오른쪽엔 가변윙 업/다운, 가변배기 온/오프, 아이들 스탑 앤 고 온/오프 버튼. 가운데에는 선루프 관련 개폐/틸팅 관련 버튼들입니다. 모두 그림으로만 되어 있어서 직관적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다만 버튼 슬롯이 10개나 되는데, 옵션을 충분히 넣은 4GTS 사양임에도 버튼이 반절이나 비는 것이 조금 아쉬워보이긴 합니다. 다른 991 차종과 비교해보니 GT3는 아래쪽 슬롯이 ESC off, ESC+TCS off 등의 버튼으로 활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공도주행용 911은 ESC와 TCS 동시해제가 필요한 퀵 버튼을 둘 필요가 없지만, 트랙주행용 GT3에서는 매우 중요한 버튼이기에 자리를 준비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911이라는 차 하나 만들어서, 가장 보급형 성격의 카레라부터 최고사양의 터보S, GT3급까지 공용해야 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좌석간의 폭이 좁고 버튼을 위해 희생한 공간이 많다보니, 기어박스 앞/뒷쪽으로는 보조수납공간이 전혀 없습니다. 10여개의 버튼 자리 뒷쪽에 커버로 덮인 곳도 재떨이 공간일 뿐이며, 암레스트를 열면 나오는 수납공간은 지갑이랑 핸드폰 정도만 넣어도 끝날 아주 얖은 깊이를 갖고 있습니다.


컵홀더는 조수석측 글로브박스 윗쪽의 트림을 눌러서 꺼내 쓰게끔 수납형으로 만들었습니다. 공간이 너무 좁아서 어지간한 텀블러는 들어가지 않으며, 위아래 길이가 긴 컵을 넣기에는 지지력이 불안정해보입니다.


모자라는 수납공간은 도어트림 쪽에서 많이 극복했습니다. 앞부분에 제법 깊은 수납공간이 있고, 뒷쪽에는 커버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별도로 또 존재하죠. 스포츠카의 도어트림 치고는 제법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만 놓고보면 폭스바겐 3도어 승용차인지 포르쉐인지 모를 정도로 단촐한 윈도/미러 조작 버튼의 모습. 사이드미러 전동접이는 제가 못 찾은건지, 정말 버튼이 없어서 기능을 안 하는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스포츠 시트 플러스 사양의 시트는 4웨이 전동식이라서, 앞/뒤 이동은 매뉴얼 레버로 직접 힘을 써야 합니다. 어댑티브 스포츠시트 플러스의 경우 18웨이 전동에 메모리시트 기능도 있지만, 이 시트보다 약 400만원 가량 돈을 더 줘야 하니, 보통 혼자서 탈 쿠페라면 이 차처럼 스포츠 시트 플러스 시트에 열선/통풍시트 기능만 붙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911의 특징은 미드십이 아닌 리어 엔진 구조다보니 작게나마 뒷좌석이 있다는 것. 대시보드 사진 촬영을 위해 들어가봤는데, 제 키가 182cm긴 합니다만은 머리가 유리창에 닿는 정도가 아니라 고개가 40도 이상 꺾여서 앞도 제대로 볼 수 없고 너무 괴로운 공간입니다. 어린이들 정도나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승차공간으로서의 점수는 빵점이지만, 그래도 이 공간이 중요하다고 새삼 느끼는 것이 짐 공간 및 앞좌석 리클라이닝을 위한 여백 공간으로는 매우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미드십 엔진 차들이나, 또는 FR인데도 뒷좌석을 아예 없애버린 차들(벤츠 AMG GT 쿠페 등)은 의자를 뒤로 많이 눕힐 수 없고, 두 명이 모두 탔을때 가볍게 가방이나 짐을 보관하기가 마땅치 않아 실용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허나 911은 제법 부피 있는 짐도 뒷좌석에 자리에 잘 넣을 수 있으며, 의자를 접으내리면 나름 쓸만한 짐 지지대도 있습니다. 포르쉐의 설명에 따르면 의자를 꺾어내리고 다시 펴는 과정상의 번거로움도 있지만 골프백도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앞 트렁크가 있더라도 조금 모자랄 수 있는데, 이 뒷자리가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앞 트렁크 공간은 제법 아래쪽 깊이가 깊습니다. 구석에 오일 보충을 위한 여분의 오일 보관용 파우치가 있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뒤에 엔진이 있긴 하지만, 다 덮혀 있어서 실제로 볼 수는 없습니다. 냉각수와 오일 보충용 캡만 나와 있을 뿐, 정비를 위해선 무조건 리프트가 필요한 구조입니다.



3. 성능/주행감각
911 카레라 GTS는 코드네임 997의 후기형 모델에 첫 등장하여, GT3나 터보는 너무 과하지만 카레라S급에서는 뭔가 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등장한 틈새 모델입니다. 실제로 991 전기형 모델까지는 자연흡기 3.8리터 엔진을 유지하면서 카레라S보다 힘이 더 좋아서, 터보가 아니면서 뭔가의 "썸띵 모어"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선택지였습니다. 그러다가 991 후기형부터 기본 카레라급 모델들이 모두 3.0리터 터보로 다운사이즈되었고, 이 GTS 또한 마찬가지의 수술을 거쳤습니다. 당시 출시 초기에 자연흡기 911이 죽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팬들도 있었으나, 압도적으로 향상된 성능은 그 불만을 모두 잠재웠습니다. 수평대향 6기통 3.0리터 터보 엔진의 성능제원은 최대출력 450hp/6,500rpm, 최대토크 56.1kg.m/2,150~5,000rpm. 자연흡기 엔진을 유지하던 시절보다 최대출력 20hp, 최대토크 11.5kg.m 가량이 상향되었습니다.

요새 M이나 AMG에 500~600마력 넘는 차들이 많아서 450마력이라는 숫자만 들으면 별 감흥이 없을 것 같지만, 이 차는 그냥 블라인드 테스트로 911 터보라고 알려주면 그대로 속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무섭게 빠릅니다. 제원상 0-100km/h 3.6초, 0-160km/h 8.1초의 가속력은 정말 피부 그대로 느껴지며, 먼 옛날 언젠가 동승해봤던 997 터보 못잖게 체감가속이 빠른 느낌입니다. 요새는 300~400마력 이상대 대응을 위해 여느 메이커나 좋은 6기통 터보 엔진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 차는 중저회전에서 고회전까지 일관적으로 짜릿하게 힘을 밀어붙일 수 있는 맛이 살아 있습니다. 7단 PDK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7단 100km/h로 느긋이 크루징하다가 급가속을 시도해도 사람의 인지 속도보다 빠르게 3단으로 킥다운하며 벼락같은 가속을 붙이고, 패들을 튕기는 동시에 레이싱게임 속 차들보다도 빠르게 변속 반응을 보입니다. 동력 전달 과정상에 이질감이나 로스가 전혀 없이 재빠른 이 차의 변속기는 정말 완벽 그 자체. 이미 911의 수동변속기 사양이 자동변속기 사양보다 가속성능, 연비효율 모두 떨어진지가 오래 되었는데, 다음세대 911에 완전히 수동변속기가 없어진다 해도 아무도 포르쉐를 탓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엔진사운드는 천둥같기보다는 절제된 느낌이며, 가변배기 버튼을 눌러 스포츠 배기 모드를 써봐도 데시벨이 올라가고 약한 팝앤뱅 사운드가 아주 간간히 귀를 자극하는 정도일 뿐, 드라마틱한 차이까지는 없습니다. 제가 자연흡기 3.8 시절의 911을 타보질 못해서 소리에 대한 갈증을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정도면 충분히 듣기 좋고 호사스럽다는 느낌입니다. 모든 스포츠카가 꼭 요란스럽게 시끄러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911이라는 RR구조의 차를 제대로 몰아보긴 처음인데, 앞이 무겁고 뒤가 가벼운 보통의 앞엔진 차들과 완전히 다른 무게배분을 가졌기에, 방지턱만 타넘어봐도 새로운 느낌입니다. PDCC(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460만원), 리어 액슬 스티어링(320만원)까지 다이나믹 드라이브 어시스트 옵션만 약 800만원 가량 들어갔고 사륜구동 적용에 따른 가격인상폭까지 감안하면 일반 후륜구동 GTS 기본모델과의 가격차이가 어지간한 아반떼 한 대 수준인데, 그 비싼 장비들은 모두 제값을 톡톡히 합니다. 시승 당일엔 하필 이른 오전 비가 내려 축축한 노면이었는데, 제어 어시스트가 똘똘하지 못하거나 개입이 약한 후륜구동 스포츠카들의 경우 고수 운전자가 아니면 위험할 상황이 많겠지만, 카레라 4GTS는 산길을 따라 페이스를 높혀 달려봐도 운전자가 원하는 궤적을 안정적이면서 완벽하게 그려냅니다. 포르쉐가 카이엔 SUV를 개발하던 중에 수평 밸런스 최적화를 위해 개발했던 PDCC는 911까지 전파되어 롤링을 극적으로 최소화시키며, 후륜을 가변적으로 회전시키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도심에서의 운전편의와 고속구간에서의 안심감을 동시에 더합니다. 카본세라믹이 아닌 일반 브레이크가 달려 있음에도 제동거리가 매우 짧고, 앞으로 쏠리는 노즈 다이브 현상도 적은 편이라 매우 안정적입니다. 그 와중에 브레이크 소음까지 없으니, 더 이상 손 볼 것이 없겠다 싶습니다. 어느 드라이버와도 빠르게 친화되고, 운전자의 실력 이상으로 쉽고 빠르게 달리게 할 수 있는 친절하고 똑똑한 차입니다.

일상 주행에서의 느낌은 정말 이만큼 친절함과 짜릿함을 적절히 양립한 스포츠카가 또 있을까 싶은 조화로운 능력이 돋보입니다. 일반 카레라 모델보다 지상고를 살짝 낮췄기에 노면이 좋지 않은 시내 저속 승차감이 조금 떨어지고, 스티어링도 조금 무거운 편이지만 장거리를 달릴 때 진가가 드러납니다. 평범하게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 범위내 크루징할 때면 요란한 스포츠카라기보다는 고급 승용차를 타는 듯한 제법 편안한 느낌마저 선사합니니다. 연비 향상 대책도 매우 훌륭합니다. 스포츠카에게 잘 어울리진 않아보이지만 아이들 스탑 앤 고 기능도 있고, 고속도로 크루징 시 컴포트 모드에서 100km/h 정속주행간 7단 1,500~1,600rpm대를 유지해주고, 필요 시 기어를 순간적으로 중립으로 빼서 1,000rpm 이하로 더욱 회전수를 낮게 쓰는 코스팅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4. 가격 대비 가치
포르쉐는 카탈로그상의 정가를 절대 믿어서는 안되는 메이커 중 하나지요. 통상의 자동차들보다 옵션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현재 판매 중인 코드네임 992의 911은 카레라 기본 1억 4,550만원, 카레라 4S 1억 7,110만원, 카레라 4S 컨버터블(또는 타르가) 1억 8,650만원입니다. 지금은 GTS가 없지만, 이미 카레라 4S 신모델로 이런저런 옵션을 넣어봐도 2억 3~4천만원까지 쉽게 올라갑니다. 물론 가격이 올라간 만큼 더 근사하고 성능도 좋아졌고, GTS가 아닌 4S만 해도 이미 991.2 4GTS보다 출력/가속성능이 모두 우세입니다. 다만 생각 이상으로 비싼 가격표를 보니, 이제 터보나 GT3이 아닌 카레라 4S만 해도 천상계의 드림카가 된듯한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2018년식 포르쉐 911 카레라 4GTS 쿠페의 기본가격은 당시 1억 8,150만원이었지만, 내/외장 컬러, 인테리어, 편의/드라이빙 옵션 등을 더한 최종 출고가격은 2억 1천만원을 넘었습니다. 991 후기형 GTS는 컨디션과 연식에 따라 상이하지만 1억원 중후반대의 중고 시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911이 세대교체와 함께 가격이 매우 비싸졌으면서, 디자인상엔 큰 세월 차이가 없고, 제가 소개드리는 991 정도만 해도 최신 스포츠카들과 겨뤄도 부족함 없을 잠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적당히 감가된 991 후기형 4GTS 중고도 충분히 만족스럽겠다는 기대감이 듭니다.




5. 총평
포르쉐 911은 스포츠카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편견을 완벽하게 깨주게 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운전자보다 더 똑똑한 듯한 완벽한 하체 거동, 엔트리급 카레라 기반 고성능 모델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짜릿한 가속성능과 사운드는 정말 스포츠카 자체로선 무엇 하나 아쉬움 떠오를 게 없고, 2인 탑승만 전제한다면 장거리 여행도 충분히 가능할 듯한 공간 설계까지 갖추었습니다. 타도 911을 외치며 나온 수많은 경쟁차들을 떠올려보니 911보다 희소가치와 디자인이 뛰어난 차는 있었지만, 앞이 너무 길어서 운전하는 것 자체가 불편한 차, 수납공간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 듯한 차, 의자가 뒤로 안 눕혀져서 장거리 여행이 걱정되는 차 등 뭔가 불편함이 하나둘씩 떠오르게 됩니다. 결국 동반자로 함께할 차로써의 여러가지 덕목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스포츠카는 911 하나 뿐인 것 같고, 시장에서의 반응도 저와 같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911은 운전자와 쉽고 빠르게 친해질 수 있고, 일상 주행에서 함께하기 두렵지 않습니다. 너무 커졌다는 불만도 많지만 M이나 AMG 승용기반 고성능 모델에 비하면 여전히 훨씬 작고 낮고 민첩하죠.

물론 저도 트랙에서의 주행을 좋아하고, 그런 측면에서는 GT3가 가장 완벽한 911이겠지만, 아무리 돈과 시간이 많아도 1년 중 트랙을 얼마나 자주 갈까요? 공도 주행에서의 안락함과, 스포츠 주행을 위한 포텐셜의 완벽한 밸런스에서 스포츠 성격의 양념을 잘 버무린, 그러면서 사륜구동의 스마트함을 더한 4GTS는 자동차 마니아의 현실적인 드림카로써 가장 완벽한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점 : 구모델이지만 세월이 지나도 영속적일 듯한 멋, 안락함과 다이나믹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거동, 스포츠카 중 단연 독보적인 공간 활용성
단점 : 수많은 파생/상위모델 존재에 따른 희소성 저해, 비싼 가격에 비해 부족한 인테리어 소재 질감 및 조작계통 사용 편의성

본 후기 글은 개인 독자 자가차량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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