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F-타입 P300 컨버터블 시승기 ┣ 자동차 시승기




재규어의 스포츠카인 F-타입 시승 후기입니다. 60년대 최고 명차 중 하나로 꼽히는 E-타입을 계승한 이름과 디자인을 가진 F-타입은 2018년부터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의 P300 모델을 엔트리급으로 새로이 더하며 진입장벽을 한층 더 낮췄습니다. 시원시원한 대배기량의 V8 모델을 타보지 못한게 아쉽지만, 다가가기엔 훨씬 현실적인 P300도 실소비자 입장에서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는 모델이죠.



1. 외형
디자인이 잘 된 차는 데뷔 연차가 오래되어도 전혀 식상해보이지 않은데, F-타입 역시 그러합니다. 2013년에 첫 출시된 F-타입은 근래 상품성개선을 거치며 일부 외형 디테일의 변화를 거쳤을 뿐 기본적인 디자인은 최신예 스포츠카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인위적으로 과장시킨 디테일로 범벅된 요란한 스포츠카들 대비 오히려 자연스러운 멋이 살아있습니다.


F타입도 V6, V8 등 파생모델이 많은 관계로 위로 올라갈수록 바디킷이 더욱 화려해지는데, 그렇기에 엔트리급으로 새로 추가된 P300은 매우 담백한 외관 디테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느 메이커든 최하위급 트림의 바디킷이 볼품없어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F-타입 P300은 막내급임에도 불구하고 외관이 제법 멋진 편. 조금 더 텐션 있는 외모에 풀LED 헤드램프를 추가하자면 R-다이나믹 옵션을 더해도 되나, 저는 지금의 기본 상태도 충분히 멋지다고 봅니다.


전장 4,470mm, 전고 1,308mm, 전폭 1,923mm, 휠베이스 2,622mm의 전체적인 크기제원은 2014년에 단종된 재규어 XK보다 전체적으로 많이 작아졌습니다. 유난스럽게 넓은 전폭 외엔 전체적으로 포르쉐 911과 비슷한 몸집인데, 10만달러 언저리 스포츠카 시장에서 가장 저명한 차를 따라잡겠다는듯한 느낌입니다. 실제로 북미 기준으로 가격도 911보다 약간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이죠.


숨어들어가 있다가 도어를 개방할 때만 슬쩍 빠져나오는 전동식 도어캐치. 보기에 근사하고 멋지기도 하지만 에어로다이내믹스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부분이기도 하죠.


테일은 F-타입에서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부분. 중앙에 배치한 사각형의 싱글 배기팁이 최하위 트림임을 암시하지만, 그래도 얇게 뽑아낸 테일램프와 볼륨감 있게 마무리한 꼬리는 등급에 상관없이 아름다우며, 전동식으로 세우고 내릴 수 있는 리어 스포일러 역시 그대로 따라붙습니다. 쿠페로 만들어도, 컨버터블로 만들어도 참 멋진 디자인입니다.


순정 휠타이어는 전륜 245/45R18, 후륜 275/40R18 컨티넨탈 스포츠컨택2 타이어에 18인치 10스포크 휠.



2. 인테리어
개성있는 디자인요소로 잘 꾸민 F-타입의 실내. 최하위 트림으로 추가된 P300이지만, 기존 F-타입에서 호평을 받던 주요한 요소들은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거의 모든 재규어 차들과 같이 쓰는듯한 익숙한 디자인의 3스포크 가죽핸들. 상위모델은 D컷 디자인인데 P300에서는 일반 원형 스티어링 휠이 적용됐습니다. 일반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LKAS)까지만 들어가는 ADAS 사양구성상 일부 버튼들이 블랭크 처리된 점 외엔 비슷합니다.


300km/h까지 새겨진 큼직한 숫자의 아날로그 계기반. 재규어랜드로버에는 근사한 풀스크린 계기반을 가진 차들이 많지만, F-타입같은 스포츠카라면 이런식의 아날로그 계기반이 더 잘 어울리는듯한 느낌입니다.


숨어들어갔다가 에어컨을 쓸때 개방 가능한 전동식 에어벤트. 2007년 1세대 XF 세단에서 처음 적용한 전동개폐식 에어벤트를 F-타입에서도 킬링포인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10인치나 되는 와이드형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화질과 UI 심미성이 아주 우수한 편이며, 아래에 주요한 공조 컨트롤 기능은 물리다이얼/버튼 등으로 구성하여 쓰기 편합니다.


재규어랜드로버 차종 중에 요새도 다이얼형 기어레버를 전동식으로 숨겼다 빼냈다 하는 차가 있긴 한데, 스포츠카인 F-타입은 그러한 기믹에 거부감을 느껴할 사람들이 많을 것을 우려해서인지 일반 SBW(Shift-By-Wire)식 전동 기어레버로 빼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디자인이다 싶은데 E-페이스랑도 공용하는군요. 컨버터블 차종답게 아랫쪽에 소프트탑 여닫는 버튼이 남아있는 것 정도가 차별점.


전동식 시트, 투톤 가죽 인테리어, 메르디안 스피커 등의 주요 요소들은 F-타입 상위형 모델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같은 전사장에서 만나본 F-타입 SVR의 경우 퀼팅 가죽무늬와 스웨이드 마감재가 추가되는 등 마감의 퀄리티가 훨씬 고급스러워지지만, 기본 F-타입 P300만 해도 충분히 근사해보입니다.


2인승 컨버터블형 차종이라 내부 수납공간 여유는 빡빡한 편입니다. 승차자 2명이 핸드폰과 지갑, 테이크아웃 커피를 하나씩 날아다니지 않게 두고 탈 수 있다는 정도에 의의를 둘만한 수준.


조수석측에만 비스듬하게 손잡이같은 것을 만들어 배치한 것이 독특합니다. 오픈톱 상태에서 뭔가 붙잡을 것이 없는 조수석 승차자에게 매우 의지가 되는 부분. 동사 막내 SUV E-페이스도 저걸 차용했죠.


https://youtu.be/JGffcaIhLm4

소프트톱은 열렸을때나 닫혔을때나 디자인적인 밸런스가 매우 완벽합니다. 여닫는 과정도 별도로 레버를 수동 체결할 필요없이 100% 전동식이며, 10초 안쪽의 작동시간 역시 매우 재빠른 편.


트렁크는 스페어 타이어와 리페어 키트가 체결된 상태에선 그냥 공간이 없다시피 한 수준. 한국의 신속한 자동차보험 긴급출동서비스를 믿고 그냥 다 제거하고 타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스페어 타이어와 리페어 키트를 제거한 상태. 여기서 플로어 커버를 제거하면 약간이나마 공간이 더 늘어나지만, 소프트톱 컨버터블 치곤 트렁크 공간이 너무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 조그만 트렁크에도 비상오픈 레버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납치사고 피해자 예방을 위해 법규상 필수긴 하겠습니다만, 저기 자그마한 트렁크에 누가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 =3=3



3. 성능/주행감각
V8 엔진까지 품을 수 있는 긴 보닛 아래에 얄쌍하게 자리하고 있는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의 모습. 트림명이 성능 그 자체인지라 이 차는 휘발유(Petrol) 4기통 2.0리터 인제니움 터보 엔진을 탑재하여 최대출력 300ps, 최대토크 40.8kg.m 제원을 가집니다. V8 5.0리터 수퍼차저 엔진을 올린 최상위의 F-타입 SVR 출력(575ps)의 거의 절반 수준이지만 가격도 반 이상 저렴하며, 1.9톤에 달하는 중량의 V8 F-타입 AWD 대비 200kg가 훨씬 넘게 가벼워졌습니다.


다른 상위급 6기통, 8기통 F-타입을 먼저 체험하고 이 막내 P300을 시승한다면 줄어든 출력에 따른 아쉬움이 많이 느껴질테지만, 이 P300으로 F-타입을 첫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4기통짜리 막내 F-타입이라고 결코 무시할 수준은 되지 않습니다. 0-100km/h 5.7초, 최고시속 250km/h의 제원은 1,720만원 더 비싼 V6 3.0리터 수퍼차저 엔진의 P340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입니다. 빠른 직결감의 ZF제 8단 자동변속기, 터보 래그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트윈스크롤 터보차저의 도움으로 제원상 예상됐던 것보다 제법 날쌔게 가속을 이어갑니다.


토글 형태의 드라이브모드 셀렉터를 다이내믹 모드로 옮기면 가속페달도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요란떨진 않으면서 묵직하게 전해져오는 팝앤뱅 사운드가 전율을 더합니다. 근래 경험해본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 가장 중후하고 멋진 사운드 튜닝을 완성한 차 중 하나라고 봅니다.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게 노면 요철을 잘 다스리는 승차감 역시 기대 이상. 다만 가슴을 진정시키고 머리로 이 차를 판단하자면 사실 포르쉐 수준의 완벽한 드라이빙 다이내믹스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스포츠카 전용모델로써의 구조설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그냥 고성능 4인승 세단 움직이듯 반응하는 영역도 존재합니다. 그래도 편안하고 스타일리쉬한 2도어 고급 스포츠카를 찾는 소비층에게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점을 꼽자면 고급 브랜드의 스포츠카 치곤 빈약한 순정타이어. 사이즈는 사실 출력과 크기를 생각하면 적당하다고 생각되지만, 컨티넨탈 스포츠컨택트2 타이어는 사이드월이 쉽게 무너지고 그립성능과 차음능력 모두 기대 이하였습니다. 고급 투어러로 쓰기엔 노면소음 차음력이 아쉽고, 스포츠카로 쓰기에는 그립성능이 아쉬워 어느 목적으로도 모두 애매합니다. 타이어만 좀더 고성능의 하이그립 서머타이어로 바뀐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4. 가격 대비 가치
이 차종은 F-타입 컨버터블 P300 기본 트림으로, 정가 기준 9,700만원을 살짝 넘습니다. F-타입의 다양한 전동개폐 기믹(리어스포일러, 도어캐치, 송풍구 등)들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며, 편의장비도 고급 스포츠카로서 부족함이 없게 잘 갖추고 있습니다. ADAS 측면에서 보면 차선유지 보조장치(LKAS)는 있으나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는 없습니다. E-페이스와 마찬가지로 LKAS는 역방향 스티어만 보조하여, 차선 가운데를 직진 유지할 수는 없는 단계.

FR구동의 4기통 300마력급 로드스터가 의외로 많지 않다는 점에서 F-타입 P300의 가치는 나름대로 높게 쳐줄만 합니다. 배기량과 출력제원이 비슷한 포르쉐 718 박스터 기본모델의 카탈로그상 가격은 이 차보다 저렴하지만 모든게 옵션으로 빠져있는 기본가격인지라 실제 출고가격은 이 차보다 훨씬 비쌀 것이며, 벤츠 SLC보다는 체급 차이가 확연하고 존재감이 앞섭니다. 포르쉐 911을 노리고 등장한 기존의 6기통, 8기통 모델 대비 오히려 4기통 모델이 포지셔닝 측면에서의 존재가치가 더 빛난다는 느낌.



5. 총평
재규어 F-타입 P300은 재규어 창사 이래 최초의 4기통 엔진 스포츠카입니다. 4기통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것이 고급 브랜드로써의 자존심 측면에서 모양 빠지는 일일 수도 있겠고, 경쟁사들의 스포츠카를 참조하면 더 컴팩트하고 가벼운 차체와 궁합이 더 잘 맞을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판매라인업의 절대적 볼륨이 작은 재규어로써는 개발비를 또 들여 하위급 스포츠카를 따로 만들기보다는, 공용 가능한 새로운 자원인 4기통 인제니움 터보엔진을 최대한 공용하는 것이 생존 수단이기도 합니다. 막내 밑의 새로운 막내로 등장한 F-타입 P300은 고급 스포츠쿠페로써 시장에 안착한 형님 6기통, 8기통 F-타입에 흠을 내지 않으며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희소가치 높고 아름다운 F-타입이 너무 먼 존재처럼 느껴졌던 이들에게 F-타입 P300은 좀더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드림카가 될 것입니다.

장점 : 오래오래 두고봐도 아름다운 디자인, 내/외부의 근사한 전동 개폐 기믹들, 기천만원 비싼 상위 모델 못잖게 충분한 퍼포먼스, 멋진 사운드 튜닝
단점 : 지나치게 좁은 트렁크, 스포츠카와 그랜드투어러 사이에서의 애매한 존재감

본 후기 글은 재규어랜드로버 아주네트웍스 강서목동전시장의 시승차량 지원으로 작성되었으며, 글 작성과 관련하여 해당사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대가도 제공받지 않았습니다.


덧글

  • dennis 2018/09/26 08:16 # 답글

    앞부분이 이곳 길가에서 흔히 보는 마제라티 컨버티블이랄 흡사한데요?
  • 아방가르드 2018/09/27 08:47 #

    그란카브리오랑은 약간 다른 느낌이죠. 재규어 쪽이 좀더 동글동글한 느낌..
    그란카브리오도 매우 오래된 디자인임에도 의외로 질리지 않는 차죠~
  • 세피아 2018/09/28 10:32 # 답글

    긴급출동을 믿는다 해도 저거에 맞는 타이어가 없음 낭패잖아요. ㅎ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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