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9 시승기 (2세대 RJ, 3.8 AWD) ┣ 자동차 시승기




기아 K9 신형(RJ)를 시승해보았습니다. The K9이라고 명명된 신형 K9는 올해 봄 출시 후 4~9월 평균판매량이 1,376대에 달하여 이전 1세대 K9보다 압도적인 판매 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국산 대형차 시장의 강호 제네시스 EQ900까지 멀찍이 앞지르고 있는 양상입니다. 오로라 블랙 펄 색상에 3.8 AWD 풀 옵션 사양의 시승차로 느껴본 K9의 상품성과 가치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외형
신형 K9의 전면부입니다. BMW를 닮았다며 국내/외로 논란이 많았던 1세대 K9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이 새로운 인상을 심어두었습니다. 카니발의 것을 닮은듯한 더 넓은 그릴, U자형 LED DRL을 넓게 2줄로 깐 풀 LED 헤드램프가 특징. 약간 둥글린 헤드램프를 작게 배치하니 나쁜 의미로 20여년 전 유럽포드의 대형세단 스콜피오 2세대가 떠오르는데, 어쨌든 이전 K9보다 훨씬 잘 팔리는 것을 봐선 디자인이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앞뒤 램프류의 형상을 비슷하게 가져가려는 현대기아식 디자인을 따르고 있습니다. DRL과 미등의 점등 형상마저 비슷하죠. 방향지시등과 후진등까지 풀 LED 타입인데, 방향지시등은 매트릭스 LED 타입으로 점등되어 애니메이션 효과가 살아 있습니다.


특별한 기교 없이 평범한 측면부의 모습. 사이드미러 리피터를 U자형으로 꾸미고 별 의미도 기능도 없는 에어벤트 모양 장식을 두는 등 뭔가 번잡한 디테일을 많이 시도한 구형 K9 대비 엄청 힘을 뺀듯하지만, 대형차로서의 무게감과 진중함은 오히려 신형의 쪽이 더 나아보입니다.


후면부는 특별히 반짝이는 장식을 많이 쓰지 않으면서도 심플하고 고급스러워보입니다.


검붉은 그라데이션 무늬를 가미한 K9 전용 KIA 로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아만의 럭셔리 브랜드 파생 계획이 아직 없다보니 KIA 로고를 그대로 쓰게 되었는데, 스팅어의 이름모를 E로고도 있었던 등 뭔가 일관성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3.8은 플래티넘, 3.3T는 마스터스, 5.0은 퀀텀이라는 로고로 구별합니다. 소문에 의하면 법인 렌터카 수요로 3.3도 존재한다는데 거기에는 무슨 로고가 붙어 있을지.. 차명 로고와 따로 노는 폰트 디자인은 좀 아쉽습니다.


전 245/45R19, 후 275/40R19 사이즈의 컨티넨탈 컨티프로컨택트 타이어가 순정입니다. 배기량과 그레이드를 아무리 높여도 휠은 19인치가 최대 크기 사양입니다.



2. 내장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지금껏 나온 그 어떤 기아차 중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실내. 이전 K9보다 월등한 향상을 보여주면서, 제네시스 EQ900을 굳이 넘봐야 하나 싶을 정도의 질감과 사양을 자랑합니다.


시에나 브라운 스페셜 투톤 인테리어 컬러는 엔지니어우드라는 리얼 우드그레인과 조합되어 시각과 질감 모두를 만족시킵니다.


아랫급 기아 모델과 완전히 차별화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 햅틱 버튼이랍시고 원형 버튼을 크게 달아둬 고급감이 떨어진 구형 K9의 것보다 훨씬 보기 좋습니다.


12.3인치 계기반은 풀컬러 TFT LCD 방식의 계기반이 적용된 시승차. 센터 스크린같이 기본사양은 아니고 중상위급 트림 이상부터 적용됩니다.



https://youtu.be/pvbsNAtALT8

드라이브모드에 따라 게이지의 그래픽이 화려하게 변화하며, 좌/우 사이드 인디케이터 조작에 따라 해당 방향으로 카메라 영상을 띄워주는 기능이 적용됩니다. 숄더체크에 익숙하신 분들에겐 크게 의미없는 기능일 수 있겠으나, 차가 워낙 크다보니 있으면 도움이 되긴 하더군요.


5천만원대 최하위급 K9에도 기본 탑재되는 12.3인치 대형 와이드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물리 다이얼형 컨트롤러인 DIS가 조합되고, 화면을 알맞게 3분할해주는 구성은 제네시스 EQ900과 비슷하지만 언제든 풀 터치를 지원한다는 점이 K9 쪽의 비교우위입니다. EQ900은 목적지 검색용으로 자/모음 패드가 뜨기 전까진 터치 조작이 제한되죠.


약하게 광을 입힌 버튼류의 시각/촉각적 질감은 우수한 편입니다. 송풍구 가운데엔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인 모리스 라크로와 아날로그시계를 넣어 고급감을 가미했습니다.


다양한 컬러로 설정 가능한 무드 라이팅도 제법 본격적으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고급차로써의 마감과 소재에 부족함이 없는 센터콘솔 부분. SBW(시프트 바이 와이어)식 변속기도 조작감이 매끄러운 편.


도어트림은 뻗어가는 모양으로 퀼팅 패턴과 브라운 가죽마감, 렉시콘 스피커/트위터커버 등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3,105mm의 긴 휠베이스를 통해 넓게 확보한 뒷좌석 공간. 뒤에 앉을 VIP를 위해 많은 컨트롤러와 듀얼 9.2인치 모니터 스크린을 갖췄습니다. 4:2:4 분할로 움직이는 전동 통풍/열선 파워시트, 파워도어 시스템 등 F세그먼트 대형차 수준의 옵션을 모두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만 손으로 직접 당겨올려야 하는 선셰이드에서부터 살짝 고급감이 떨어지고, 뒷좌석용 레그 서포트, 마사지 기능, 뒷좌석용 모니터의 터치스크린 기능 부재 등 이것저것 기함급 대형차로써 기대치에 부족한 면모도 일부분 있습니다.


드넓은 트렁크 공간. 역시나 스페어타이어 대신 타이어 리페어 키트가 대신 자리하고 있습니다.



3. 성능/주행감각
K9는 3가지 파워트레인 조합으로 판매됩니다. V6 두가지(3.8GDI, 3.3T-GDI)와 V8 한가지(5.0GDI)며, 변속기는 8단 AT가 고정. 지난세대 K9 초기 발매 때엔 3.3GDI, 3.8GDI로 라인업이 고정되어 에쿠스 대비 한단계 낮아보인다는 느낌을 줬지만, 이번엔 V8 5.0까지 초기에 같이 런칭했으며, AWD 선택권도 폭넓게 제공하는 등 결코 EQ900에 비교해 한체급 아래라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이번 시승 모델은 3.8GDI AWD로, 최대출력 315ps@6,000rpm, 최대토크 40.5kg.m@5,000rpm의 제원을 가집니다.

이미 지난세대 제네시스, 에쿠스 등 많은 현대기아 대형차들을 통해 선보인 익숙한 3.8 GDI 자연흡기 엔진입니다. 페달을 밟다보면 나도 모르게 x70 이후 고속까지 꾸준히 가속이 붙는 느낌이어서, 7천만원대 독일 세단들이 흔히 얹고 나오는 4기통 2.0리터대 과급 엔진들의 시끄럽고 거친 질감과는 확실히 다른 여유가 장점입니다. 다만 2톤을 살짝 웃도는 중량인지라 풀 가속 시의 폭발적인 느낌을 원한다면 보다 고출력의 3.3T나 5.0 사양으로 올라가야만 하겠습니다.

라이드 앤 핸들링은 기본적으로 안락함과 부드러움에 집중한 느낌입니다. 독일차를 지향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피곤한 바운스를 동반하는 고급차들도 많은데, 2세대 K9는 우리나라의 중장년 운전자들의 취향을 딱 노린 듯한 부드러움을 선사합니다. 값비싼 에어서스펜션 대신 전자식 서스펜션(ECS)를 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친 요철을 처리하는 느낌이 매끈합니다. 굽이진 고갯길에서도 허둥대지는 않지만, 중량 때문인지 비슷한 몸집에 가벼운 공차중량을 가진 캐딜락 CT6에 비해선 민첩함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형차로서의 편안함이라는 덕목 측면에서는 비슷한 가격대에 K9만한 만족도를 낼만한 차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4.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K9는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고도화된 수준의 ADAS를 갖춘 차입니다. 현대차그룹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LKAS(차선유지보조)을 통해 고속도로에서 적극적으로 조향/차간거리 보조가 들어가는 HDA를 이미 중저가 라인업까지 확대 적용한 메이커인데, 2세대 K9는 더욱 적극적인 보조 제어를 돕습니다. 고속도로 내지 자동차 전용도로의 곡선구간 진입 시 자동으로 감속/가속을 스스로 하는 NSCC-C가 대표적. LFA(Lane Following Assist; 차로유지보조)는 저속 정체상황에서도 전방카메라를 통해 스스로 차로를 유지하기에 정체상황에서의 운전의 편의성이 훨씬 배가됩니다. 이 모든 기능이 제일 최하급 K9를 구입한다 해도 기본 탑재되었다는 점은 특히나 매력적이죠. 외제차들 중에 K9보다 비싸면서도 이런 기능들이 옵션으로도 선택 불가한 차들이 꽤 많은데, 요새 이런 기능들을 체험해보니 ADAS 옵션이 없는 대형차는 아무리 으리으리한 뱃지를 가지고 있다 한들 오히려 국산차만도 매력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5. 연비
3.8GDI AWD 19인치 휠타이어 사양의 공인연비는 도심 7.3, 고속도로 10.1, 복합 8.3(km/L)로 나타나는데, 배기량이 클수록 연비가 불리하다보니 시승간 조금만 힘을 주어 운전하면 7km/L 이하 수준의 트립연비가 뜨곤 했습니다. 충북 청주에서 경기 분당으로 오는 길에서 SCC를 사용하며 평범하게 빠른 교통흐름에 맞춰가니 10.2km/L의 평균 트립연비를 얻었습니다. 제네시스 EQ900 3.8 AWD 복합 7.9km/L보다는 소폭 우수하겠지만, 벤츠 E300 4MATIC 복합 10.3km/L, BMW 530i xDrive 복합 10.4km/L에 비하면 자가용으로 구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연비가 나쁘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4기통 과급기 엔진인 그들 대비 6기통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K9가 가지는 이점도 많긴 하지만, 최근 독일 E세그먼트 세단들의 엄청난 판매량을 보면 현대기아에서도 그들을 의식한 효율 중시형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 모델 추가가 절실해보입니다.



6. 가격 대비 가치
K9 3.8 풀 옵션의 경우 그랜드플래티넘 트림 7,608만원 + 뒷좌석 듀얼모니터 옵션 245만원으로 7,853만원. 제가 직접 이 차를 구매한다면 플래티넘2 트림에 AWD, 뒷좌석 통풍시트, 렉시콘 오디오 정도가 가능한 옵션 조합으로 6,500만원대에 구성할 것 같습니다. 무드등, 퀼팅 나파가죽시트, 리얼우드 내장, 뒷좌석용 듀얼모니터, 전자제어 서스펜션, 풀컬러 LCD계기반 등이 빠지긴 하지만, 사륜구동도 안들어간 제네시스 EQ900 3.8 기본모델보다 800만원 넘게 저렴합니다. 제네시스 뱃지에 그다지 큰 브랜드 밸류를 느끼지 못하신다면 K9로 더 저렴한 가격에 충분히 넓은 공간과 고급감을 누릴 수 있으며, 바로 이 점 때문에 K9가 이전 세대 대비 더 인기가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구매가 6천만원대 수준으로 맞춘다면 수입 E세그먼트 세단(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과도 가격적으로 겹쳐지는 영역인데, 그들과 비교해봐도 K9가 안락하게 탈 수 있는 고급차의 덕목을 더 많이 갖추고 있기도 하고요.





7. 총평
1세대 K9는 첫 단추를 잘못 꼬매 국내/외로 망신을 많이 당했는데, 2세대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절치부심이 느껴졌습니다. 불필요한 치장을 절제한 외모 디자인, 그룹사 제네시스를 의식하지 않듯 충실하게 펴바른 옵션사양과 고급 소재 등 합리적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대형차의 영역에서 K9는 단연 국산/수입 통틀어 앞서는 점이 많습니다. 다만 구형 제네시스, 에쿠스 시절부터 내려온 대배기량 휘발유 엔진 라인업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보니 자가용으로 쓰기엔 연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법인 수요가 탄탄하다 하더라도 라이프사이클 중간 상품성개선을 통해서 연비 중시형 모델도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장점 : 동가격대 국산/수입 세단 중 최고의 고급감과 편안함을 갖춤, 틈새 모델이 아닌 진짜 대형차다운 만듦새와 합리적인 가격
단점 : 존재감이 떨어지는 디자인, 방황하는 브랜드 정책의 흔적이 묻어나는 엠블럼과 네이밍, 대배기량 휘발유 엔진뿐인 비효율적 라인업

본 후기 글은 기아자동차의 시승차량 지원으로 작성되었으며, 글 작성과 관련하여 기아자동차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대가도 제공받지 않았습니다.


덧글

  • muhyang 2018/11/17 16:47 # 답글

    독일차를 지향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피곤한 바운스를 동반하는 고급차
    -> 일본쪽에서 렉서스 LS 기사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대대로 토요타를 타던 사람인데 못버티겠다는 반응이...
  • peta 2018/11/19 00:07 # 삭제

    7시리즈가 S클에 못미치는 결정적인 EU
  • 아방가르드 2018/11/20 09:13 #

    그래도 토요타는 압도적 점유율의 크라운을 보며 뿌듯해할듯..
    내수 자국산중 딱히 경쟁상대가 없기도 하고요
  • 세피아 2018/11/19 09:19 # 답글

    직4기통 엔진을 얹은 K9라... 2.0 T-GDI 엔진의 과급압을 키워야 할라나요?
  • 아방가르드 2018/11/20 09:19 #

    리터당 140마력 출력 정도야 못할것도 없죠?
    다만 국내 대형차 주력 소비자층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애매..
  • 김안전 2018/11/19 15:49 # 답글

    사실 이런 차량은 뒤에 탈려고 사는거지, 직접 운전을 하려고 사는 차는 아니죠. 부득이한 경우 운전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고급 세단은 뒤에서 진득히 타보고 평가하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 아방가르드 2018/11/20 09:25 #

    의전해줄 기사님이 안계십니다 =3=3=3
  • shootingst 2018/11/19 21:32 # 삭제 답글

    진흙이 많이 튀었는데요! 어딜 다니셨나요 ㅋㅋ
    ASCC시 커브길에서 자동 가감속! 필요하고 구현 가능할텐데 없어서 매우 아쉬었던 기능인데 그게 있네요~
    저도 비트360에서 실차 실내를 봤을 때 처음으로 국산차에서 고급감을 제대로 느꼈던 차입니다.
  • 아방가르드 2018/11/20 09:29 #

    측면 반영사진 찍는다고 뽈뽈거리다가 흙이 튀었네요 ㅠㅠㅋ
    제가 봐도 고급감 측면에서 K9도 충분히 EQ900의 견제 모델이라고 생각되는..
  • 작두도령 2018/11/24 19:03 # 답글

    확실히 1세대 K9의 실패를 철저히 분석한 정성과 상품성이 2세대 K9은 잘 느껴집니다.
    하지만 역시 그룹 내 서자 브랜드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부분도 드문드문 보이네요.
  • 아방가르드 2018/11/26 01:01 #

    그래도 EQ900(곧 G90으로 이름이 바뀔)에 비해 가격대비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점은 저도 놀랍네요
    예전 1세대 K9는 에쿠스보다 아무리 싸다 해도 갖기 싫은 차였는데, 이번 K9는 전혀 그런게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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