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헤리티지 라이브 6회 관람 후기 ├ 자동차 이야기




2019년 7월 27일 열렸던 현대차 헤리티지 라이브 6회 후기입니다. 1회 현대 고급차의 역사, 2회 현대 스포츠카/모터스포츠의 역사, 3회 레저용 차량의 역사, 4회 상용차의 역사까지는 제가 다녀와서 후기를 여기 작성했었는데, 5회 중형차의 역사 편에서는 모닝챌린지 경기가 겹쳐서 아쉽게 못 참석하고 이번 6편 모터스포츠의 역사 편은 참석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예전 2회 때도 스포츠카의 역사를 다루면서 해당 차종들이 참여했던 모터스포츠 역사들을 간단히 훑고 지나가긴 했지만, 이번 6회는 어느덧 i20로의 WRC 참가 5년차에 달하고, 뉘르24시 내구레이스, TCR 등 온로드 투어링 레이스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섭렵 중인 성숙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플레이어로써의 현대차 모터스포츠의 역사를 더욱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진행자로는 자동차 관련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 활발히 출연하여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권봄이 선수님과 강병휘 선수님, 그리고 현대차에서 일하고 계신 권규혁 차장님과 김재균 연구원님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이 네 분의 공통점은 현대차를 활용한 모터스포츠에 선수로써, 또는 담당자로써 몸담은 역사가 있다는 것.


우선 지난 6월 독일 뉘르브루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선수로써 완주에 성공했던 강병휘 선수에 대한 축하를 주제로 토크를 시작했습니다. 현대차는 2016년부터 4년 연속으로 뉘르 24시 내구레이스에 참가 중으로, 올해 2019년에는 벨로스터N TCR(TCR), i30N TCR(TCR), i30N 패스트백 양산모델 개조차(V2T)를 투입했고 각각 클래스 2위, 3위, 3위로 완주했습니다. 강병휘 선수는 엥슬러 레이싱팀과의 협동으로 i30N 패스트백 경기차의 4교대 드라이버로 참여했습니다.


독일 뉘르브루크링의 탄생 배경은 1920년대 비포장 산길에서 열렸던 아이펠레넨 레이스에서 비롯됐습니다. 경기의 안전성 담보와 실업난 해소를 위한 토목사업의 일환으로 지금의 뉘르브루크링 서킷이 건설되었습니다. 메인코스 북쪽 노르드슐라이페, 숏코스 남쪽 쥐트슐라이페로 구성되었고, 남쪽 서킷은 훗날 전격 재개발을 통해 GP 슈트리케로 탈바꿈하였습니다. 통상 언급되는 뉘르브루크링은 북쪽 노르드슐라이페로, 산맥을 깎아 만들었기에 고저차도 심하고 코너가 복잡하며, 3~4코너 지날 때마다 기상여건이 달라지기도 할 정도로 예측 불가한 곳이라 달리기 어렵기로 악명 높습니다. 독일 F1 그랑프리도 원래 이곳 노르드슐라이페에서 열렸으나, 선수들로부터 "녹색 지옥(Green Hell)"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달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곳이었고, 1976년도 니키 라우다가 이곳에서 큰 화재 사고를 당한 이후로 독일 F1 대회는 호켄하임 서킷으로 영영 옮겨져 버립니다. 그 후 노르드슐라이페는 투어링카 레이스, 24시 내구레이스의 개최지이자, 극한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한 테스트 베드로써 활용되며 자동차 마니아들의 성지로 발전했습니다.


현대차와 뉘르브루크링의 인연은 생각보다 더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독일 슈만 레이싱과 함께 2006~2007년 투스카니 개조차로 뉘르 24시 내구레이스에서 1년차 클래스 우승, 2년차 클래스 2위로 완주했으며, 2011~2014년엔 제네시스 쿠페 개조차로 출전하여 2012년 클래스 5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엔 벨로스터 터보(FS)가 1.6리터 이하 터보 클래스(SP2T)에서 클래스 우승을 기록하고, 2015년엔 SP2T에서 i30(1위)와 벨로스터(3위)를 완주시켰고, 2016년엔 SP2T 벨로스터(1위), SP3T i30(4위)를 완주시켰습니다.


현대 N 브랜드가 뉘르브루크링과 남양(연구소)을 뜻한다는 점은 이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다 만들어놓고 억지로 끼워맞춘 것 아니냐는 말도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N 브랜드 고성능차는 모두 남양연구소에서 개발되고 뉘르브루크링 테스트센터에서 담금질되는 절차를 거칩니다. 단순히 출력 숫자의 극한을 추구하기보다는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높은 내구성과 일상주행이 가능한 에브리데이 성격을 가지면서, 언제든 트랙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스포츠카를 방향성으로 가집니다. 그렇기에 지구상 가장 가혹한 코스에서 24시간 연속 주행을 버텨야 하는 뉘르브루크링 24시 내구레이스는 압축적인 테스트 수단으로 가장 적합한 이벤트일 것입니다.


현대차 스포츠카의 역사를 짚어볼 시간인데, 우선 그에 앞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및 사회적 여건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선진국들이 모터리제이션의 성숙을 거친 시점에서야 한국 자동차 산업은 뒤늦게 태동하였고, 보통의 중산층이 마이카를 갖는다는 개념도 불과 30여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 공개했던 멋진 포니 쿠페 컨셉트도 사실 양산 개발이 진행되었으나, 2도어 스포츠형 차가 사회적으로 위화감을 조장하지 않겠느냐는 불안감과 시장성 부족으로 인해 개발비를 꽤나 들여놓고도 프로젝트가 전면 백지화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포니 3도어 해치백이 양산에 이어지긴 했으나 포니 쿠페와의 연관성은 옅었으며, 이것마저도 매우 저조한 판매고를 기록하고 포니2부터는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80년대 초까지 한국에서 자동차는 이동 수단으로써의 실용성과 경제성만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고, 80년대 중반 지나서부터야 개성있는 차들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자동차 레이스의 시초는 1982년 잠실 공터에서 열린 소규모 비포장 타임트라이얼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나 워낙 단발성으로 열렸고 자료도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1987년 강원도 진부령에서 랠리 스타일의 정기적 레이스가 열려 포니, 엑셀 등의 차가 달렸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자동차 경기장이 없다보니 해안가 인근 공터에서 열리는 비포장도로 랠리 경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영종도나 송도 공터에서 열린 경기들의 경우 지금처럼 개발이 되지도 않아서 배에다 경기차를 실어날라야 했고, 코스아웃으로 전복하면 바닷가에 빠진다는 무시무시한 썰도.. (...)


한국 스포츠형 쿠페의 시조라고 볼 수 있는 스쿠프가 1990년 등장하며 우리나라 자동차문화와 모터스포츠에 전환점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1991년 추가 출시된 스쿠프 터보는 국내 최초의 터보 엔진 승용차였으며, 최대 200km/h를 넘는 시속 제원도 당시 국내 최고성능이었기에 당시 콩코드, 프라이드 강세의 국내 모터스포츠판을 뒤집어버리게 됩니다. 1992년에는 스쿠프 개조차가 미국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클라임 Showroom Stock 2WD 부문에서 우승했는데, 국산차가 이 정도 저명하고 큰 국제경기에서 클래스 우승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1996년에는 스쿠프를 계승하는 성격의 티뷰론이 출시되었습니다. 스쿠프까지는 미츠비시에 섀시를 의존하고 초기 모델의 경우 엔진도 미츠비시 오리온 엔진을 썼지만, 티뷰론은 파워트레인과 섀시를 모두 독자개발한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근육질의 굴곡을 뽐내는 멋진 바디 디자인은 현대차 금형기술력 발전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진자료처럼 스트라이프가 특징인 티뷰론 스페셜도 500대 한정발매됐는데, 알루미늄 바디패널(보닛, 앞펜더, 도어, 트렁크) 대거 적용으로 경량화를 꾀한 점은 당시 국산차로써 아주 파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스쿠프와 티뷰론은 우리나라에 자동차 동호회 문화를 꽃피운 차종이기도 합니다. 스쿠프 동호회 SCF(Sports Coupe Family), 티뷰론 동호회 TOG(Tiburon Owners Group)는 단일차종 동호회 문화를 활성화시킨 장본인이었다고 하는데, PC통신까지는 경험이 없는 나이인지라 현장에 꽤 많은 30대 후반 분들이 탄성을 지르며 공감하는 모습에 무척 신기했습니다.


티뷰론 동호회는 규모도 커지면서 현대차와의 소통도 많이 했다고 하는데, V6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같은 희망사항은 2001년 출시된 현대 투스카니에 실제로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승용 V6 엔진 + 6단 수동변속기도 실제로 투스카니가 국산차 최초로 이뤄내기도 했죠. V6 2.7 모델에 붙은 엘리사라는 트림명은 당대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단순 트림명이 아니라 차 이름처럼 각별히 불리워지기도 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외신에서도 투스카니 이후부터 현대차를 긍정적인 의미로 달리 보는 시각이 많이 늘어났고요.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모터스포츠 역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차로 클릭을 들 수 있습니다. 2003년부터 클릭 페스티벌이라고 하는 아마추어 원메이크 레이스가 열리기 시작했는데, 메이커에서 인증한 기본 튜닝파츠로 누구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레이스에 입문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강병휘 선수 또한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통해 동기를 얻어 클릭 페스티벌에 처음으로 선수 데뷔를 했으며, 그 때 포디움에 올라 맛본 성취감을 계기로 지금까지 선수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메이커 입장에서 원메이크 레이스를 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대량생산을 전제로 개발된 차에 트랙 주행에 맞는 내구성과 주행성능을 강화하게끔 튜닝파츠를 개발해야 하고, 그 튜닝파츠는 참가대수 여건상 몇백개 수준으로 작은 규모로 생산하면서 합리적인 가격까지 맞춰야 하고, 당시 걷은 참가비도 대회 운영비를 벌충하기에 택도 없는 수준으로 저렴했습니다. 이윤 추구를 최우선시한다면 아예 시도조차 못할 일입니다. 현대차그룹은 2005년 원메이크 대회에 세라토 클래스를 추가하며 스피드페스티벌로 대회명을 개칭했고, 오늘날까지 아반떼, K3, 벨로스터, 모닝 등 다양한 차를 소재로 하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원메이크 레이스를 지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관중과의 소통을 위해 중간중간 주제로 다루는 차에 대한 객석 즉석 인터뷰로 흥미로운 흐름을 계속 이어갔으며, 객석의 자동차 마니아를 초대해 자신이 상상하는 차의 모습을 스케치로 그려서 증정해주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쉬는시간 동안 감상할 컨텐츠로 오환 사진작가님 사진전이 있었습니다. 90년대 초부터 자동차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해오셨고, 오늘날에도 국내 주요 자동차 관련 이벤트 및 모터스포츠 현장에서 현역 오피셜 포토그래퍼로 뛰고 계십니다. 때문에 가지고 계신 사진자료들이 사실상 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자료의 역사 그 자체죠.


현대모터스포츠팀 국내 가장 열성적인 팬인 문수환님(https://blog.naver.com/tnghks418)도 방대한 현대팀 관련 컬렉션을 갖고 참여해주셨습니다. 진짜 이분만큼 현대차 모터스포츠에 박식하고 애정 깊은 분 어디에도 없을 것 같습니다. 레진으로 극소수만 만들어진 티뷰론 랠리카 모형은 현대차 모터스포츠 역사를 모형차로 나란히 소장하기 위해 치열한 경매로 따내셨다고 합니다.


무대에서 소개된 문수환님 개인소장품 "N극기". 작년 인제스피디움으로 현대모터스포츠팀 WRC, TCR 메인 드라이버들을 모두 초청한 현대 N페스티벌 행사에서 직접 받은 친필 사인으로 도배되었고, 랠리카 쇼런 주행 때 리어스포일러 뒤에 매달았다가 모서리가 머플러 열에 그을린 흔적까지 남아있는 의미깊은 소장품입니다.



https://youtu.be/V7ab6aElTsY

현대 N의 랠리 역사의 시초로 언급된 엘란트라. 90년대 초반~중반 웨인 벨이라는 드라이버가 호주 지역 랠리에서 이 차로 우수한 성적을 내어, 한국내수시장에도 고성능 특성 소구 광고에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1997년 WRC F2 클래스 티뷰론 랠리카 투입이 현대차 WRC 데뷔 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티뷰론으로 1997년 8월 뉴질랜드 랠리 3위, 1999년 클래스 우승 4회라는 성과를 얻은 현대차는 2000년 베르나로 WRC 최상위의 F1 클래스에 진출했다가 큰 빛을 보지 못하고 2003년 철수하게 됩니다.


2010년부터 전열을 가다듬고 남양연구소 엔지니어들이 직접 개발한 i20 WRC로 현대차는 2014년 WRC에 재진출했습니다. 데뷔 첫해 독일 랠리에서는 연습세션 중 포도밭에 8바퀴나 구르는 큰 사고를 겪으면서도 우승을 차지하여, 지난 수년간 이루지 못했던 숙원을 단숨에 성취했습니다. 어느덧 참가 5년차나 된 현대 월드랠리팀은 세계 최정상 랠리 드라이버 세바스티안 로엡을 영입하고 간판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과의 계약을 2021년까지 연장하는 등 지속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WRC를 통해 현대차의 고성능차 실력과 존재감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2015년에는 N 2025 비전 그란투리스모 컨셉트를 선보였습니다. 파워트레인 제원상 요즘 프로토타입 레이스 규정과는 많이 동떨어진 차긴 합니다만, 이름에 쓰인 "2025"년도 어느덧 6년 남았는데, 르망 레이스에서 정말 현대차의 프로토타입 레이스카의 실체를 볼수 있게 될지 기대됩니다.


행사장 한켠엔 2017년 뉘르24시 내구레이스를 완주하고 영광의 상처까지 그대로 보존해 전시 중인 i30 경기차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뉘르24 내구레이스는 껍데기 아래 많은 것들이 개조되는 GT3급 투어링 레이스카들도 출전하지만, 양산차 기반으로 소폭의 제한된 튜닝만 허용하는 클래스도 있습니다. 위의 차도 후자 클래스에 투입된 경우고, 이처럼 현대차는 뉘르24의 출전 목표를 단순히 마케팅 효과가 아니라, 시판 N 차량의 R&D 연장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엔트리 95번의 i30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지영선, 권종혁 연구원님이 교대 드라이버로 참가했고, 2층 N존에 상설전시될 엔트리 92번의 i30는 이번 행사 패널인 김재균 연구원님이 교대 드라이버로 참가했습니다. 두대가 겉보기엔 같아보여도 서로 차이점이 많은 차입니다.


직접 2017 뉘르24 내구레이스 참가 #95 i30의 디테일한 모습을 설명해주러 나오신 김재균 연구원님. #92번 및 #95번의 공통점으로는 일반 i30 1.6T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사실상 i30N에 다름없는 차라는 점. i30N은 2017 뉘르24 종료 이후 몇달 뒤인 초가을에 출시되었는데, 실제 시장에 투입하기 전에 내구성을 또 한번 검증하기 위해 노멀 i30처럼 보이는 사실상의 i30N을 미리 참가시킨 것이죠. 다만 #92번과 #95번의 차이점은 순정사양과의 비교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92번 쪽에 쇼크 업소버(올린즈)와 ABS(보쉬 레이스용 스펙) 등 세부 파츠를 애프터마켓 하이스펙으로 적용하고, 이 #95번 i30는 i30N 양산스펙 거의 그대로에 레이스를 위한 최소한의 보강만 했다는 점이 서로 다릅니다.


아무리 사실상의 i30N이라지만, 아직 출시하지도 않은 차의 디자인까지 먼저 그대로 쓸 수는 없는 여건이었습니다. 때문에 일반 i30의 외형을 유지해야만 했는데, 냉각효율 강화를 위해 그릴 주변에 구멍을 추가로 내는 등으로 보완을 더했습니다. 고속주행에 다운포스를 주기 위한 스플리터, 칠흑같은 어두운 여건에서도 달려야 하는 여건상 부착 필요한 야간등도 더해졌습니다.


실내는 불필요한 내장재를 대부분 탈거하고, 각종 충돌사고에서 드라이버를 보호하기 위한 롤케이지가 촘촘히 둘러져 있습니다. 퀵릴리즈로 쉽게 탈부착 가능한 전용 스티어링휠엔 팀원과의 무전 통신을 위한 버튼, 장시간 내구레이스간 필요한 수분 공급을 위해 식수 드링크 버튼 등이 추가됩니다. 버킷시트는 경기중엔 원래 운전석 측에만 달려있으나, 이 차량은 경기 후 이벤트주행 등을 위해 조수석용 버킷시트가 임시로 추가된 상태입니다.


연료통은 내구레이스 특성상 장거리를 가능한 적은 피트스탑으로 소화해야 하기에 일반 i30보다 두배가 넘는 용량인 100L 사양으로 적용됐습니다. 크고 네모진 연료통 앞쪽에 원통처럼 생긴 것은 에어잭이라는 물건인데, 피트에서 정비가 필요할 때 차를 단숨에 휙 들어올리는 역할을 해줍니다.


#95번의 이 차는 양산스펙 거의 그대로 투입되었기에 커넥터와 제어시스템도 전부 i30N의 것 그대로입니다. 다만 경기간 비상상황 대비를 위해 킬스위치, 소화시스템 정도를 추가하고, 불필요한 실내 내장재를 모두 탈거하고 계기반도 레이스용으로 교체한 것 등이 특이점입니다.


24시간 레이스에서 경합과정상 상흔이 유독 많은 차인데, 이 차는 특히 고저차가 가장 심한 구간에서 레이스 시작 2시간만에 후방추돌사고를 크게 당했습니다. 안쪽 패널이 휘어들어간 흔적에서 보듯 꽤 큰 사고였는데, 세시간만에 수리를 하고 레이스에 복귀하여 완주할 수 있었던 것도 기본 설계 자체가 튼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현대차 현직 연구원이자 뉘르24 내구레이스 선수를 동시에 해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뉘르브루크링 라이선스 선 취득을 위해 최소 주행회수 이력이 필요했고, 이때문에 한달에 독일을 6번 간 적도 있어서, 시차적응 자체가 불가능했던 여건도 있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 N 차들에 대해 앞장서서 칭찬과 기대 메시지를 건네오는 외국인 선수들을 보며 피로가 씻겨나갈만큼 뿌듯했던 경험담도 전해주었습니다.


뉘르24시 내구레이스를 실제 드라이버로써 다녀온 김재균, 강병휘선수에게서 내구레이스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추가적으로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선수 한 명이 연료 만탱크 상태에서 바닥나기까지 달리는 시간을 스틴트라고 하고, 재급유 후 2번 주행을 하면 더블 스틴트라 하는데, 이 더블 스틴트가 3시간/400km 정도 된다고 합니다. 꽤나 장시간의 여건인데, 워낙 땀이 많이 나기에 화장실 욕심보다는 수분 부족이 더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스틴트 시작 전 1리터 수분탱크를 채우고 300~600ml 정도 섭취를 권한다고 합니다.

내구레이스 랩타임은 현대 TCR 차들 기준으로 25km 내구레이스 코스 1랩에 평균 9분 초반 정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뉘르24 내구레이스 코스는 통상 뉘르링 랩타임의 기준점이 되는 노르드슐라이페 코스보다 더 긴 구성이기에, 노르드슐라이페 수준으로 환산하면 약 7분 언더 정도 수준이라 합니다. 예선 베스트랩 기준으론 i30N TCR의 FF차종 최초로 뉘르 내구 코스에서 9분 언더를 찍기도 했습니다. SP3T 클래스 스바루에서 10억 들여 만든 차가 아직도 달성하지 못한 수치고, 타사 TCR급 차종 대비 15~20초 정도 빠른 수치기도 하며. 심지어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GT4클래스의 평균랩타임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일반 고객들이 아닌 레이싱팀 대상의 고성능차로 개발된 i30N TCR. 국제 투어링카 레이스들의 경우 시작은 시판차 기반의 가벼운 튜닝이었으나, 경쟁의 심화에 따라 껍데기만 양산차고 구동계는 전륜구동이었던 차가 후륜구동이 되는 등 말도 안되는 수준의 마개조가 이뤄지는 경우까지 횡행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TCR 시리즈의 경우 경기차들에 대한 규정이 요즘 투어링카 레이스 중 가장 양산차에 가깝습니다. 양산차의 차체, 서스펜션 레이아웃을 그대로 써야 하며, 엔진도 배기량 2.0리터 이하 터보차저로 규정되어 양산 베이스의 엔진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TCR 경기차를 개발하면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양산모델의 개선이나 후속모델 개발에 참고할 것들이 많기에 카메이커 입장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됩니다.


i30N TCR은 투입되자마자 성적이 어마어마하게 뛰어나서, 주최측으로부터 성능 강제하향조치인 BOP(Balance of Performance)를 적용받기도 했습니다. 무게추를 달거나, 차고를 상향시키거나, 심하게는 출력을 일부 하향시키게끔 강제된 적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i30N TCR은 2018년 데뷔 첫해 FIA WTCR 드라이버/팀 챔피언을 모두 석권했으며, 올해부터 신규 투입되는 벨로스터N TCR도 압도적인 성능으로 북미지역 TCR을 휩쓸고 있습니다.


미래 모터스포츠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패널분들의 대답은 조금씩 달랐지만, 기술 대변혁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지언정 사람 중심의 스포츠로써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공통된 내용이었습니다. 선수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리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이 체력과 지력을 써서 남들보다 앞서 달릴 수 있는 모터스포츠의 원초적 희열은 기술로써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시뮬레이터 게임 및 장비들이 아무리 발전해도 실제 차를 타고 달릴 때 느껴지는 차체의 잔진동, 소리, 횡가속도, 추월의 희열 등도 대체될 수 없고요. 그리고 연구원 입장에서 보면 모터스포츠에서 얻어지는 수많은 변수들을 연구하면 자율주행 상황에서 더 세련된 움직임을 구현하고 위급상황을 회피하는 보다 정교한 로직을 짤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레이스 상황에서 성능이 뛰어난 차를 만드는 메이커와 그렇지 않은 메이커의 대외 인식 차이는 분명 유효하게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죠.


이제 어느덧 헤리티지라고 표현해도 부끄럽지 않을 수준으로 모터스포츠에 있어서도 역사와 성과를 일군 현대차의 모습도 대단했지만, 누군가는 선수로써, 누군가는 연구원으로써 직접 땀흘려 경험하고, 그 경험을 더 좋은 차 만드는 것에 기여해온 패널 분들의 모습도 매우 멋지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처음 헤리티지 라이브 1~2화 때엔 중장년층 세대 관객들의 "그땐 그랬었지" 분위기가 좀 강했는데, 점점 나이어린 학생이나 어린이 관객들이 많아지고, 헤리티지 라이브에 관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과 문화의 미래가 더 밝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듭니다. 다음 헤리티지 라이브가 언제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2층 N존의 개편 기념으로 로비층에 DiscoverN 존이라 하여, 다양한 컨셉트카와 랠리카를 8월 4일까지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곳도 조만간 별도의 포스팅으로 자세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덧글

  • 삼성동뻥튀기왕 2019/07/29 09:31 # 삭제 답글

    현대 tcr 드라이버들의 클래스가 다르기는 하지만.. 캐이맨 gt4, gt3 컵카들 랩타임이 오히려 느린 ㅠㅠ

    그리고 작년 뉘르24시 야간 비오는 상황에서..
    AMG GT GT3, 다른 gt3 들에게 좀 비키라고 똥침 놓으며 하이빔 쏘던 i30 tcr 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 아방가르드 2019/08/09 09:13 #

    직선에서 벌어지고 코너에서 가까워지는 갓 i30N TCR..
  • 까마귀 2019/07/31 22:11 # 답글

    오픈휠이나 스포츠 프로토타입 레이싱에서도 현대를 봤으면 하네요
  • 아방가르드 2019/08/09 09:14 #

    아우디 포르쉐 모두 가출하고 어쩌다 빈집이 된 르망 프로토타입도 좋은 도전처가 될것같습니다
  • N.S.Dolti 2019/08/02 15:08 # 삭제 답글

    밑에서 열번째 배경속의 드라이버는 2018 WTCR 챔피언 Gabriele Tarquini 입니다.

    작년에 방한해서 얼굴도 보고 사진도 몇 장 찍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 아방가르드 2019/08/09 09:15 #

    앗 저도 작년 11월 N 페스티벌때 있었는데.. 타퀴니옹과 기념사진도 찍고 ㅋㅋ
    같은곳에 은근 자주 계시는데 인사 나눌 기회가 통 없군요 ㅠ
  • 어른이 2019/08/04 23:51 # 삭제 답글

    이제 g70기반으로 나올 쿠페가 출시되면 제네시스 리버리를두르고 gt3, gt4클래스에서 카이맨, m4, 콜벳등과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싶네요
  • 아방가르드 2019/08/09 09:21 #

    아직 제네시스 브랜드 고성능차 플랜이 논의된게 없긴 하지만, N의 빠른 성장세를 보면 제네시스도 수혜를 볼날이 머지 않을것같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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