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엠이 미국산 모델 수입 판매 확대를 꾀하고자 올 여름부터 새롭게 순차적으로 들여온 쉐보레 트래버스, 쉐보레 콜로라도를 번갈아 시승해보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속초까지 트래버스 SUV를 먼저 교대 시승할 수 있었습니다. 트래버스는 디자인이 심플하여 화려해보이는 맛은 없지만, 크기제원은 전장 5,200mm, 전폭 2,000mm, 전고 1,785mm나 되어, 국산 대형SUV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 팰리세이드보다 모든 크기 제원이 더 큽니다. 전폭과 전고는 조금 차이 나는 정도지만, 전장 (팰리세이드 4,980mm)으로 비교해보면 트래버스가 얼마나 큰 차인지 짐작할 만 합니다. 단체 행사였던데다가 비가 와서 사진을 심도 깊게 찍을 기회가 없긴 했는데, 아무리 사진을 돌이켜봐도 정측면을 제대로 망원으로 담은 사진이 거의 없을 정도로 큰 차였습니다.


몸집에 비해 수수한 외모처럼, 인테리어도 크기는 매우 넓지만 그것을 채우는 소재는 수수한 편입니다. 중형세단 말리부와 공용하는 공조, 버튼, AVN 등으로 인해 새롭다기보단 친숙한 분위기마저 납니다. 큰 차는 무조건 고급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겐 실망스러운 요소들도 많겠지만, 미국GM 산하에는 쉐보레 윗급 뷰익, 캐딜락이 고급브랜드로 존재하는만큼 쉐보레는 고급감에 대해 큰 욕심을 내지 않는, 어쩌면 양보해야 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큰 차는 으레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한국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습니다만은..





다만 소재의 고급감이 떨어진다는 것만으로는 폄하하기 어려운 트래버스만의 특화 사양들도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우선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스크린은 8인치로 좀 작은 편이지만, 어라운드뷰 모니터가 레이싱 게임 화면처럼 다각도로 변경 가능하며, 트레일러 히치가 순정인 트래버스답게 견인고리 주변만 따로 확대해서 보여주는 가변 모드까지 지원합니다. 후방카메라와 연계되는 디스플레이 룸미러 역시 신기한 사양. 리어 글라스 면적이 결코 좁진 않지만 차 자체가 크다보니 룸미러에만 의지하면 사각이 꽤 많이 생기는데, 후방카메라를 이용해 룸미러로 후방 상황을 가려지는 부분 없이 선명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카메라 주변에 물이 맺혀 잘 안보이거나, 오래 사용하게 될 경우 룸미러 자체가 열을 꽤 받는 상황은 어쩔 수 없어보였습니다. 전폭이 워낙 큰 차라서 사고 시 운전자의 머리가 좌우로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을 대비해 센터 에어백을 마련한 것도 트래버스가 최초라고 합니다.

비자금을 숨겨두기 편해보이는 공간. 미국에서 렌터카 여행할 동안 치안 여건상 차 안에 지갑이나 동전 한 푼 보이지 않게 하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는데, 요 공간이 미국에선 되게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2열은 2인승 독립 캡틴시트, 3열은 3인승으로 7인승의 구성입니다. 도어트림은 3단 수납공간과 전용 컵홀더가 갖춰져 있으며, 뒷자리용 오토 공조 컨트롤러와 USB포트/파워 아웃렛 또한 갖춰져 있습니다. 거의 플랫한 바닥 덕에 2~3열간 이동이 편안하며, 3열 레그룸은 크기에서 오는 기대감보다는 조금 평범한 편입니다. 2열 승차자가 조금 양보를 해줘야 앉을만한 레그룸이 나올만 한데, 그래도 잠깐의 이동간에는 충분히 괜찮은 공간입니다. 6~7인이 100% 늘 함께 탄다면 사실 미니밴이 더 적합한 차종이겠죠.



전장이 5.2m나 된다고 하면서 3열 공간이 외 평범하냐고 하시면 대신 트렁크 공간은 무척 넉넉합니다. 3열을 모두 세운 상태에서도 트렁크가 제법 넓은 점은 확실히 전장 덕을 톡톡히 봅니다. 이건 미니밴보다도 오히려 강점이 되는 부분이죠.


트래버스의 공도 시승 코스 운전대대는 서울에서 홍천휴게소까지만 잡아봤습니다. V6 3.6리터 직분사 VVT 316마력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 AWD의 조합으로만 판매되며, 미국에서 같이 판매되던 4기통 2.0리터 터보 사양이 있었으나 현지에서 단종되며 한국엔 들여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도 대형 SUV의 인기가 늘어나며 기존에 나쁜 연비 때문에 외면받던 휘발유 3리터대 SUV들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트래버스도 V6 3.6 사양으로 그 유행에 시기적절하게 합류하고자 합니다. 배기량 비례 자동차세와 10km/L를 밑도는 연비 숫자를 보면 3리터대 휘발유 SUV에 대해 여전히 많은 고민들을 하시겠지만, 이 차는 4기통 2.0 터보 휘발유 사양이 있었다 한들 V6 3.6리터 사양을 많이 권하고 다녔을 것 같습니다. V6 3.6리터 엔진은 불쾌한 진동/소음 없이 무거운 몸집의 트래버스를 비교적 가뿐하게 치고 나가게 해주며, 이따금 페달을 깊게 밟아 고회전 영역으로 들어가면 방정맞지 않게 중후한 톤으로 토해내는 음색이 매력적입니다. x60 이상의 빠른 속도에서도 속도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하체 셋업은 잘 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트 포지션이 높은 SUV인만큼 이 차는 100~120km/h 내외로 크루징하며 막대한 중량과 휠베이스로 요철을 깔고 가는 안락한 주행감을 즐기는 것이 제일 잘 어울립니다.

더 큰 크기 때문인지 중량은 경쟁차들 대비 약 100여kg 가량 무거운 2,090kg 수준이나, 9단 자동변속기가 고속도로 크루징 RPM을 1,000rpm 초반대로 낮게 끌어내리기에 고속도로를 오래 탈 수록 연비는 제법 나쁘지 않게 나옵니다. 한국 공인연비상으로는 도심 7.1, 고속 10.3, 복합 8.3km/L의 연비를 가집니다.






스페셜 에디션으로 휠, 로고, 머플러팁, 가니시 등을 차별화한 RS와 레드라인 에디션이 부가적으로 더해집니다. RS(5,098만원)는 저렴하긴 하지만 최상위급 프리미어에 들어가는 알짜 필수 사양들이 제외되어 조금 경쟁력이 애매하고, 레드라인(5,522만원)은 장식 옵션들 추가되는 것치곤 가격이 조금 많이 오르는듯한 느낌이라 프리미어(5,324만원)의 인기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점심을 먹고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온로드 시승을 이어나갔습니다.

도어스텝이 없으면 정말 타고내리기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차가 크고 높습니다.




비가 내리는 평일에도 서핑족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양양 서피비치에서 매우 잘 어울리는 그림을 연출하는 콜로라도. 미국은 포드 F-150, 쉐보레 실버라도와 같은 더 큰 픽업트럭이 메인스트림이고 콜로라도같은 픽업은 소형으로 분류되어 묘하게 틈새에서 인기가 떨어집니다만, 픽업트럭이라는 것 자체가 드물고 도로가 좁은 한국에선 콜로라도만 해도 존재감이 대단합니다. 크기(전장 5,415, 전폭 1,885, 전고 1,830, 휠베이스 3,258mm)도 한국에선 대단해서 지하주차장의 회전 통로를 빠져나가는 것만 해도 식은땀이 날 정도.



실내는 투박함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모든 버튼이 장갑을 끼고도 조작 가능하겠다고 느껴질 정도로 큼직큼직합니다. 그래도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기본이고, 열선 천연가죽 시트, 오토라이트 컨트롤, 풀오토 에어컨 등 옵션이 크게 부족하진 않습니다.

다만 너무나 아쉬웠던게.. 스마트키가 없는 것도 서러운데 폴딩키가 없다니! 순정으로 이런 키가 나오는 차는 정말 몇년만에 보는걸까요.. 크기는 어른 머리보다 크지만, 손으로 접어야만 하는 백미러도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다만 트레일러 토잉에 관련된 부가기능들이 순정으로 잘 갖춰진 점은 토잉이 생활화된 미국차라서 가능한 장점인 것 같습니다.


USB포트와 컵홀더 암레스트 외엔 특별한 편의옵션이 없는 뒷자리. 트럭은 뒷좌석이 있어도 등받이가 꼿꼿이 서 있어서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콜로라도는 약간이나마 기울기가 누워 있고 레그룸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4.2인치 컬러 슈퍼비전 스크린을 갖춘 계기반. 필요할 때마다 6기통에서 4기통으로 작동 전환하는 실린더 디액티베이션(기통휴지)을 갖췄습니다. 일전의 같은 GM 식구 캐딜락 XT5 3.6에서도 봤던 기능인데, 콜로라도까지 이 기능을 이어받았습니다. V6 아이콘이 그래서 위에 떠 있는 것인데, 가속을 붙인 상태에서 일부러 가속페달을 떼도 쉽사리 디액티베이션 아이콘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기통휴지 개입이 생각보다 적극적이지 않음에도 복합연비가 공인 제원상으로는 8.1km/L, 짧은 강원도 국도 주행간 7.5km/L 트립연비를 얻은 것을 보면 3리터대 배기량 휘발유 무거운 차 치고는 꽤나 잘 나온다고 느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간단한 국도 시승으로만 느껴본 콜로라도입니다만, 트래버스와 번갈아 타보니 같은 배기량에 거의 비슷한 성능제원을 가졌음에도, 프레임바디 픽업트럭과 모노코크 승용차 샤시 기반 SUV와의 태생 차이 때문에 감상은 서로 많이 달랐습니다. 고회전에서의 엔진소음이 콜로라도 쪽이 더 크게 느껴지고, 노면 요철에 대한 반응도 조금 더 거칠게 올려보내는 느낌. 하지만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된 픽업트럭이 이젠 철수해버리고 기억도 희미한 먼 옛날의 닷지 다코타뿐이기에, 단순히 국산 화물트럭으로만 트럭을 겪어보신 분들께는 콜로라도가 상당히 안락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가격대도 사륜구동 기준 4,135만원으로, 여기에 몇가지 옵션이 붙어도 10여년 전 수입됐던 닷지 다코타(4,900만원대)보다 오히려 훨씬 싸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콜로라도에서 하차 후 트래버스로 오프로드 체험을 이어나갔습니다.





연일 내린 비로 진흙밭이 되어버린데다가, 노면의 좌우 기울기도 매우 크게 변하는 임도 코스는 처음엔 겁이 났지만, 트립모니터에서 기울기와 경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 가능하고, 오프로드 주행에 어울리는 모드 셀렉트 다이얼을 갖춰 어렵지 않게 큰 몸집의 트래버스로 험로를 헤치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크기에 비해 내장재나 옵션의 고급감과 다양성이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부족해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크기제원, 동 사이즈급 수입모델 대비 비교적 저렴한 가격은 유효한 매력 요소들입니다. 이 차의 실제 미국 발매 시점과 비교하면 조금 늦게 들어왔지만, 판매 개시 시점은 딱 지금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레저활동을 향유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SUV가 디젤엔진이어야만 한다는 편견도 많이 해소된 지금 시점은 GM의 오리지널 미국 SUV/픽업트럭에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나중에 넉넉한 시승 기회가 생기면 다시 자세히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쉐보레 콜로라도 제원

덧글
같은 계열을 탑재한 캐딜락 ATS,CTS와 카마로에선 악평이 자자한데 콜로라도는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군요.
아직까지 후속보도가 안된듯해서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만 흠..
그나저나 차 팔 생각이 없는 회산줄 알았는데 이런 행사는 왜 하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ㅎㅎ
음.. 뭐 일단은 작년에 약속한 한국내 5년간 15종 GM 신차 출시 약속은 아직 유효하다고 그러는데 트래버스/콜로라도가 6,7번째 신차라는 것을 보면 페이스리프트도 같이 치는 것 같습니다.
푸흡. 그러면 사람이 잡고 운전 할 게 아니라 LFA 를 집어 넣어서 차가 지 알아서 차선 물고 가도록 해야 하는 게 요즘 기술 트랜드죠.
요새는 준중형 깡통에도 달려 나오는 게 반자율주행인데, 수입차 회사들은 이거 달아 주는 거 왜 이리 인색한지 모르겠네요.
적어도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때문에 발목은 비교적 매우 편했었죠.
말리부에도 2.0T 최고사양에 ACC가 있는데 트래버스에 없는건 좀 이해하기 어렵긴 합니다. 미국사양에서도 선택불가사양이라고 하니 뭐 할말없습니다만 =3=3
예전에 스테이츠맨이 사이드미러 자동 접이가 아니라서 얻어맞은걸 생각하면....
아시아 쪽에 대충 떠넘기고 재고만 털어내면 된다는건가..
한국에 미션 문제차 떠넘긴다기엔 사실 한국에서 엄청나게 많이 팔릴 차는 사실 아닐듯하여..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