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란트라를 포함하자면 어느덧 역사가 30년에 이르는 아반떼가 2020년 7세대 모델로 새로이 데뷔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현대차가 제일 잘 만드는 모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경쟁차를 모두 포기해버리고, 심지어 글로벌 판매 1위인 다투는 토요타 코롤라도 한국에서 쓴맛을 보고 재진출을 생각조차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안마당을 평정해버린 아반떼의 신모델이 얼마나 잘 나왔을지, 주말 시승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차종은 스마트스트림G 휘발유 1.6 IVT 사양에, 2,100만원을 넘지 않는 가격으로 옵션이 조합된 모델입니다. 요새는 워낙 훌륭한 퀄리티의 동영상으로 무장한 인플루언서 분들이 많다보니, 제조사 공식 시승차를 타볼 기회가 제게는 너무 기약이 없고, 입고된지 얼마 안 된 카셰어링 차를 통해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보통의 카셰어링 차들과 달리 애프터마켓 장착품이 하나도 없고, 주행거리도 600km대라서, 아반떼 CN7 출고상태 그 자체의 사양을 느껴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어차피 남들 손 돌고 돌고
참고로 현대차그룹은 코드네임 체계를 많이 바꿨습니다. 과거에는 알파벳 두자리로만 구성해서 뒷자리 알파벳이 체급, 앞자리 알파벳이 차종 구분인데, 알파벳이 26자밖에 없고, 현대,기아가 모두 공용하다보니 코드네임 경우의 수 고갈이 금방 올 수밖에 없어서 변경을 하게 된 듯 합니다. 신규 코드네임 체계는 알파벳 두자리와 숫자 한자리가 붙게 되는데, 승용 모델의 경우 앞자리가 체급, 뒷자리가 브랜드, 마지막자리 숫자가 세대(generation)입니다. 차종 장르나 일부 로컬모델에 따라 규칙성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시판 모델만 보자면 좀 더 명확하게 정리되었고, 차후 수십년동안 나올 후신 모델들의 연속성을 꾀하기에도 보다 적합하다는 생각입니다.


1. 외형
아반떼 CN7은 날카로운 각을 입체적으로 드러낸 자신감과 개성 넘치는 외모를 자랑합니다. 전면은 프로젝션 할로겐 헤드램프를 빼면 최상위 모델과 큰 차이가 없어서 존재감이 제법 뛰어납니다. 어두운 베젤로 처리된 헤드램프는 검정색 그릴과 맞바로 이어지는 디자인을 취해, 어디까지가 헤드램프고 어디까지가 그릴인지 경계가 모호한 입체적인 마스크를 완성합니다. LED DRL이 기본탑재되면서 안개등은 없어지게 되었고, 휠하우스로 이어지는 에어터널에도 삼각 모양의 장식을 덧붙여 차가 넓어보이는 데에 기여합니다.


측면은 전세계 경쟁차 어디를 뒤져봐도 찾기 힘들 도어의 파격적인 엣지가 인상적입니다. 프론트 휠하우스 쪽에서 시작된 엣지가 날카로운 삼각형을 그리며 측면에 Z형 라인을 그리고, 테일램프쪽 굴곡과 절묘하게 이어지며 2천만원대 여느 평범한 세단에서 보기 힘들 역동적인 조형미를 연출합니다.

크기제원을 보면 아반떼AD보다 전고 빼고 모든 것이 다 커졌습니다. EF쏘나타보다는 이미 전장 빼고 모든 것이 다 크고, NF쏘나타와 비교해도 전폭과 휠베이스 차이는 거의 미세한 수준입니다. 혼다 시빅, 토요타 코롤라 등 북미 경쟁모델들도 이미 다 몸집을 전장 4.7m 근접 수준으로 키우고 있기에 아반떼도 그들을 따라 몸집을 키웠고, 그러다보니 4인가족 패밀리카로 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싶을 수준으로 커진 셈입니다.


측면 도어의 굴곡은 사소한 접촉사고에도 판금이 매우 까다롭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게 하지만, 쿼터뷰로 이 차를 보면 볼수록 역동적으로 조각된 전/후면의 디자인 요소들과 정말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플라스틱 질감을 너무 대놓고 드러내는 리어 쿼터글라스 느낌의 장식, 그리고 단차가 잘 맞지 않아보이는 보닛 절개면의 마감은 잘 조각된 디자인의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아쉬운 요소들입니다. 보닛 절개면은 이 차 한대만 그런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다른 전시차들을 봐도 비슷하더군요.


후면만 보면 흡사 잘 조각된 쿠페를 보는듯합니다. 불과 5년도 되지 않은 아반떼AD를 마치 10년 전의 지루한 차처럼 만들어버릴 정도로 파격적으로 깎아냈습니다. 치켜올라가듯한 트렁크 리드는 뒷유리창에서부터 이어지는 독특한 굴곡을 가미해 보다 역동적이며, 현대차 로고 빼고는 무엇 하나 둥글게 말린 것 없이 날카롭습니다. 신형 K5(DL3)와 마찬가지로 트렁크 리드 윗쪽에 유리창처럼 보이게 하는 검정색 유광 장식을 덧대 잘빠진 패스트백을 보는듯한 착시를 연출했으며, 가로로 길고 얇게 뽑은 테일램프 아래 넓은 자간으로 가운데 정렬한 아반떼 영문 로고마저도 치밀하게 계산된 듯한 위치선정입니다. 여러모로 형님인 쏘나타 DN8과 비슷한 디자인 레파토리를 취하되, 보다 젊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한껏 개성을 강조한 느낌입니다.

옵션 LED 테일램프를 넣으면 H자 모양으로 미등이 길게 켜지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테일램프 자체에도 약간 어두운 베젤을 적용해 느낌이 보다 새롭습니다.


15인치 휠 + 195/65R15 순정타이어와 17인치 휠 + 225/45R17 순정타이어의 비교. 투톤으로 조각된 17인치 휠이 훨씬 멋진데, 약간의 연비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무조건 선택옵션으로 넣을 가치가 있습니다. 순정타이어는 모두 동일하게 한국타이어의 사계절 제품

2. 내장
형님급 차들의 옵션을 적극 반영하여 더욱 새롭고 고급스러워진 아반떼 CN7의 실내입니다. 최근 신형 그랜저에서 선보였던 것과 비슷하게 얇게 뽑은 에어 벤트가 실내 장식과 이어지게끔 디자인되어 시각적으로 차가 더욱 넓고 시원시원해보입니다.

모던 트림부터 기본 장착되는 열선 가죽 스티어링 휠은 쏘나타 DN8에 들어간 것과 비슷한 디자인입니다. 쏘나타의 것은 ㄷ자 모양 스포크 안쪽 메탈릭 장식이 겨울철에 만지면 너무 차가운 느낌이라 좋지 않았던 기억이 나는데, CN7은 스포크 안쪽 손에 닿는 부분을 별도의 돌기 달린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하여 촉감이 개선됐습니다. 핸들리모콘 버튼도 투톤 컬러로 적용하여 시각적으로도 더욱 보기 좋아졌습니다.


10.25인치 풀 컬러 계기반. 내비게이션 맵을 통째로 옯겨와 띄워주는 등의 특별한 기능은 없지만, 필요시 우측 RPM게이지 쪽을 전체경고화면으로 전환하여 경고 시그널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드라이브모드별로 변환 가능한 다양한 게이지 디자인 테마를 연출합니다. 섬세하게 조각된 핸들 뒷쪽 좌/우 칼럼 또한 쏘나타DN8의 것과 동일하게 구현했습니다.





이제 작은 차라고 내비게이션까지 작지 않습니다.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은 쏘나타DN8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인치수로, 3분할 구성 가능한 와이드 스크린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안마당에서 제일 큰 제조사답게 쓰기 편하고 업데이트 대응이 빠른 내비게이션 맵 및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는 역시 현대차그룹의 장점입니다. 자주 쓰는 기능은 물리버튼을 바깥으로 빼두어 더욱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고요. 푸른색 큐브 안에 가둔 신규 아이콘 디자인이 뭔가 서로 구별하기 어려운 것 말고는 크게 흠잡을 것 없습니다.


앰비언트 무드램프는 드라이브모드에 연동하여 스포츠모드에선 빨간색, 에코모드에선 초록색, 일반모드에서는 파란색으로 스스로 컬러를 바꿉니다. 물론 컬러 팔레트에서 직접 컬러를 고르는 것도 가능합니다.


아반떼 모던트림(중간급) 기본사양으로 들어가는 듀얼존 풀오토 에어컨은 미세먼지센서 연동 공기청정기능을 기본탑재하고 있습니다. 모던트림에서의 통풍시트는 운전석에만 기본 탑재며, 72만원 주고 패키지 옵션으로 조수석 통풍시트를 추가하거나, 운/조 통풍시트가 모두 기본인 최상위 인스퍼레이션 트림으로 올라가도 됩니다.

보조수납공간 윗쪽엔 USB 포트 2개가 적용되며, 시프트-바이-케이블 식 전통적인 자동변속기 노브는 항공기 기어를 연상케 하는 사각 디자인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기어노브 주변 버튼은 많이 최소화되었습니다.

컵홀더는 캔음료같이 작은 것을 넣어도 흔들리지 않게끔 별도의 하우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자식 파킹브레이크가 적용되는 상위급 모델에는 아예 플레이트 자체를 뽑아올려 높낮이를 바꿀 수 있는 컵홀더로 변경됩니다.

뭔가 뒤로 많이 물러나버리고 공간이 좁아져서 아쉬운 암레스트.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왜인지 만들어진 조수석 좌측 바. 손잡이처럼 쓰게끔 작은 구멍이 파져있긴 한데, 조수석 승차자 입장에서 보조수납공간의 뭔가를 꺼내려 하거나, 에어컨 조작 등을 할 때 손 닿기가 불편해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틈새에 전용 보조수납공간도 파두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뭔가 불필요한 벽이 만들어진 느낌.


와이드 직사각형 형태의 풀 디지털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수평으로 잇고, 운전석 좌측 구석까지 에어벤트를 얇게 뽑다보니 계기반~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모니터 하우징 설계상 맨 왼쪽에 어쩔 수 없는 공백 공간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그냥 까만 칸으로 두기에는 허전했는지 뭔가 인덕션 가열장치를 보는듯한 그림을 그려놨는데, 조금 작게라도 뭔가 기능적인 요소를 뒀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최근 현대차들 다 그렇듯 하이패스 단말기는 헤드라이너 쪽으로 붙이고, 룸미러를 슬림하게 뽑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선글라스 수납함은 없어지게 되었지만, 심미적인 측면에서는 투박한 플라스틱 선글라스 수납함이 노출되는 것보다는 새로 바뀐 방식이 더 보기 좋긴 합니다.




인조가죽 수동조절 시트와 전체적 운전석 실내공간의 모습. 보다 심플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로 실내를 꾸몄으며, 손에 닿는 내장재들의 느낌도 좋은 편입니다.


뒷자리는 어른 두명이 앉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헤드룸과 레그룸을 갖췄습니다. 모던 트림 기본형에는 아무런 탑승자 편의장비가 없긴 하지만, 30만원짜리 컴포트2(뒷좌석 편의) 옵션만 추가하면 뒷자리 열선, 리어 에어벤트, 조수석 시트백포켓이 추가되니, 4인가족 패밀리카로 이 차를 생각하신다면 꼭 옵션추가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참고로 최고사양에 가도 존재하지 않는 운전석 시트백포켓은 포켓 달린 시트백 품번만 알아내면 주문해서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구모델이 된 아반떼AD를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 저에게만 보이는듯한 아주 사소한 옥의 티인데.. CN7 아반떼도 원가절감이 들어갔구나 싶은 부분이 뒷자리 도어트림 보조수납공간. 앞자리 쪽 재질과 너무 차이가 나서, 뒷자리에서 저걸 더듬어보면 마치 택시 타는 느낌입니다. 인스퍼레이션 트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아반떼의 실구매자는 뒤에 앉을 일이 잘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타협을 한 것 같은데, 원가 몇원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앞자리랑 같은 재질로 써주면 어땠을지 싶습니다.


요즘 준중형차들이 다 그렇듯 충분히 넓고 쓰기 편한 트렁크. 두가지 아쉬움을 짚어보자면 첫째로 플로어 하단 공간 활용. 스페어 타이어가 필수적인 수출시장을 위해 동그랗게 파둔 널찍한 공간에 비해 타이어 리페어 키트 하우징의 부피가 너무 작다보니, 차라리 하우징 자체를 크고 넓게 만들어서 보조수납공간으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너무 쓸데없이 노는 공간을 만들어버린 느낌입니다. 그리고 쏘나타 DN8과 마찬가지로 트렁크 안쪽 손잡이가 없어져서, 트렁크를 닫을때 트렁크 외판에 꼭 지문을 남기게 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3. 성능/주행감각
아반떼는 LPG 1.6 사양을 제외하곤 1.6 휘발유 자연흡기 사양으로만 출시되었습니다. 스마트스트림 1.6 휘발유 엔진의 제원은 최대출력 123ps/6,300rpm, 최대토크 15.7kg.m/4,500rpm으로, 이전 아반떼AD 페이스리프트 사양에 적용된 것과 사실상 같습니다. 같은 엔진이 적용된 기아 K3(BD)를 만족스럽게 타봤던 소감에 기대어 약 200km 안되는 거리의 드라이빙을 다녀왔습니다.


130마력도 안 하는 출력이 조금 보잘것없어보일 수 있지만, 의외로 표기출력 132마력이라고 하는 아반떼AD 1.6 GDI 엔진보다 느리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1.6 휘발유 15인치 타이어 사양 기준으로 아반떼AD 대비 공차중량이 45~50kg 줄어들었으며(15인치 휠타이어 기준 1,250kg vs 1,205kg), 때문에 출력은 소폭 작아졌지만 중량 대비 출력비가 개선되었습니다. 또한 MPI 엔진으로 바뀌면서 확연히 줄어든 냉간 시동 소음, 최대한 저RPM으로 가속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IVT 무단변속기로 인해 일상 주행간의 만족도는 훨씬 높아집니다. 100km/h 정속주행간 RPM은 2,000rpm을 살짝 밑도는 수준으로, 보다 정숙한 크루징이 가능해집니다.

라이드 앤 핸들링의 특성은 아반떼AD와 비슷하게 적당히 탄탄한 수준이고, 신규설계 저중심 플랫폼으로 인해 회두 감각이 더 민첩해진 느낌입니다. 수동변속 모드를 들어가면 기어를 가상으로 8단까지 쪼개 쓰는데, 드라이브모드를 스포츠모드로 변경하면 높은 회전수를 유도하며 산길에서 더욱 즐거운 운전이 가능해집니다. K3와 마찬가지로 주행 패턴에 따라 드라이브모드를 능동적으로 바꾸는 스마트 모드도 존재합니다.

급가속을 붙이려 하면 고RPM에 고정되어 엔진이 터질듯한 비명을 지르며 나아가는 옛날 방식 CVT와 이 차의 변속기를 동등선상에서 비교하면 안됩니다. IVT는 타사 옛날 CVT들과는 확실히 다르고 똑똑해서, 회전수를 쪼개 쓰면서 상대적으로 정숙하고도 빠른 발진가속이 가능합니다. 그나마 뭔가 딴지를 걸려 해도, 130마력도 안 하는 차가 왜 x50 이상부터 느리냐고 하면 의미가 없는 지적일 것입니다. 이 차는 보다 저RPM으로 힘을 덜 들이면서도 아반떼AD 시절 1.6 GDI + 6단 자동변속기보다 쉽고 경쾌하게 가속을 붙일 수 있고, 연비도 15인치 휠타이어 6단 자동 사양 기준으로 AD 시절 복합 13.7km/L에서 CN7 복합 15.4km/L로 월등히 향상되었습니다. 일상 주행에서는 적당히 정숙하면서도 힘이 모자라지 않고, 그러면서도 착한 연비와 이따금의 일탈도 받아줄 수 있는 잠재력까지 모든 것을 갖춘 재간둥이라 평할 수 있습니다.


4.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이미 국내시장 경쟁모델이라곤 K3 빼곤 다 멸종되어 비교가 의미가 있나 싶은 동체급 유일 모델이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빙 어시스트 사양 강화는 빼먹지 않았습니다. 전방 충돌방지보조(AEB), 차선이탈경고(LDW) 차로 유지보조 기능(LKAS), 하이빔 어시스트, 전방 차량출발알림, 일반 크루즈컨트롤 등이 일단 기본탑재입니다. 특히 핸들에서 손을 놓고도 일정 시간동안 차선 가운데를 스스로 물고 가주는 차로 유지보조기능(LKAS)는 경쟁사에서 아무리 비싼 돈 주고 모든 라인업을 뒤져봐도 없는 사양인데 아반떼는 1,500만원대 최하급 기본형 모델을 사도 기본탑재라는 점! 이 차는 모던 트림에서 스마트센스 옵션을 고르지 않아서 정말 앞서 열거한 기본사양만 적용되었는데, 그래도 시속 50km/h 이상에서 활성화되는 LKAS 덕분에 통행량 적은 고속도로 주행 시 크루즈컨트롤 속도 걸고 핸들에 손 힘 살짝만 쥐고 있어도 편한 크루징이 가능했습니다. 핸들에서 손을 잠깐 놔도 스스로 차로 중간을 물고 달려주는데, 10초 이상 놓은 상황이면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가 계기반에 크게 뜨게 됩니다. 늘 적는 얘기지만 이런 장비들은 어디까지나 보조 장비일 뿐이므로, 언제나 전방주시의 의무는 운전자에게 있습니다.
조금 더 고차원의 드라이빙 어시스트 옵션을 즐기기 위해서는 현대스마트센스 옵션과 인포테인먼트 내비2 옵션(블루링크 내비)을 동시 선택하여,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크루즈(NSCC; 안전구간/곡선로 자동 가/감속 기능)까지 모두 들어가게끔 고르면 됩니다. 그냥 다 들어있는 인스퍼레이션 최상위 트림을 골라도 되고요.

5. 연비
아반떼 CN7 1.6휘 IVT 15인치 휠타이어 사양의 공인연비는 도심 13.8, 고속도로 17.7, 복합 15.4km/L입니다. 비주얼 좋은 17인치 휠타이어 사양은 복합 14.5km/L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반떼AD 1.6 GDI 6AT 15인치 휠타이어 기준(13.7km/L)보다도 연비가 더 좋습니다. 실제로 판교에서 양평까지 고속화도로 위주의 길을 노멀모드 상태에서 규정속도 이내로 달려보니 트립연비가 20km/L를 쉽게 넘습니다. 거칠게 몰아붙여도 누적연비는 13km/L대 이하로는 쉬이 떨어지지 않았죠.

파워트레인 자체가 평범하게 잘 달래주면 연비가 충분히 좋게 나오니, 굳이 비싸게 하이브리드 전용모델을 눈여겨볼 것 없이 저렴하게 아반떼 1.6 IVT를 사는 것만으로도 장기적 유지비 스트레스는 덜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디젤엔진과 나란히 나올 차종들은 요소수 투입구를 감안해 주유구를 넓게 뽑는 편인데, 아반떼는 통상의 좁은 주유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휘발유 모델 하나만으로도 연비우수 바리에이션 모델까지 커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하겠죠. 몇달 안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실제로 추가될 예정이기도 하지만, 연 주행거리가 1만km 이하로 많지 않은 분이라면 그냥 1.6 IVT를 사시는 게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6. 가격 대비 가치
2020년 6월까지의 개소세 인하 기준으로 이 차의 가격을 뽑아보자면 1.6 휘발유 IVT 모던 (1,899만원), 하이패스 룸미러 (24만원), 인포테인먼트 내비II (120만원), 통합 디스플레이 (38만원)이 더해져 2,081만원(개소세 인하 원복 기준으로는 2,174만원). 아반떼는 CN7 모델 들어 트림레벨이 간소화되었는데,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에 휠타이어와 선루프 옵션 빼고는 모든 사양을 기본탑재하여 중간 트림의 가성비가 애매해졌습니다. 위 차량은 카셰어링용으로 여러대를 구입해야 하다보니 대당 구입단가를 낮추면서 최소한의 운전자 편의옵션을 추가하는 관점으로 구성된 조합이지만, 그냥 일반 자가용 구입 고객 입장에서 보면 1.6 모던에 17인치 휠타이어, 익스테리어디자인2(외관 LED램프류), 선루프만 제외하고 모든 옵션을 추가하면 이미 인스퍼레이션 기본형과의 가격차이가 45만원밖에 나질 않습니다. 그냥 모든게 다 갖춰진 인스퍼레이션 풀옵션은 2,464만원인데, 모던에 모든 옵션 다 집어넣으면 2,505만원으로 오히려 가격이 더 비싸집니다. 딱히 옆자리에 누굴 태우지 않고, 드라이빙 어시스트 옵션에 큰 욕심이 없다면 2,100만원 미만에 고를 수 있는 위 셰어링카 사양 수준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우시겠지만, 오래동안 탈 자가용으로 찾으신다면 그냥 예산 좀 초과하고 할부 끼더라도 인스퍼레이션을 고르는 것이 속편할 것 같습니다. 요즘 차들은 워낙 테크 옵션 발전 속도가 빨라서, 돈 300몇만원 아껴서 조금 사양 모자라는 차 샀다가 몇년 뒤 나올 더 하이테크한 신차들과 비교되면 현타가 많이 올 것 같은 느낌입니다 (..)















7. 총평
아반떼가 주력으로 바라보는 북미 시장은 2010년대 초중반까지는 세단이 정말 잘 팔리는 시장이었지만, SUV 인기 열풍에 조금씩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미국 빅3도 포커스, 크루즈 등의 컴팩트 세단 후계를 사실상 포기해버렸으며, 시빅, 코롤라 등 일본차와 엘란트라(아반떼), 포르테(K3) 등 한국차들만 명맥을 잇고 있으나 이마저도 소형 SUV들의 견제를 받으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아반떼는 경쟁상대를 잠재적으로 소형 SUV까지 널리 확장해 바라보게 될 수밖에 없으며, 기존의 세단 문법을 완전히 탈피한 신차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아반떼 CN7은 세단과 패스트백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있는 스포티한 바디 셰이프에 강렬한 엣지를 가미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잡아끌고, 중형차 부럽지 않을 드라이빙 어시스트 및 인포테인먼트 사양으로 깡통급 중형차 구입 가망 고객까지 잡아끌려 하고 있습니다. 강렬한 디자인에 걸맞는 강렬한 고성능 모델은 아직 고를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멋진 디자인에 성능과 연비효율을 모두 챙기고, 풀옵션을 해도 소형 SUV보다 훨씬 저렴하게 첨단 테크 사양을 즐길 수 있는 아반떼 1.6 IVT도 남녀노소 소비자 모두에게 두루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점 : 세계 어디에도 없을 파격적인 엣지 가득한 독창적이고 개성넘치는 디자인, 4인 모두에게 편안한 실내공간, 중형차 부럽지 않을 드라이빙 어시스트 옵션 및 인포테인먼트 사양, 연비와 주행성능을 동시에 발전시킨 우수한 파워트레인
단점 : 최상위 사양을 안 살 수 없게 만드는 트림레벨 구성, 없어도 될 것 같은 조수석 손잡이의 애매함
본 후기 글은 순수하게 개인의 흥미로 작성한 글이며, 운행간에 발생한 모든 비용은 자비부담하였습니다.
덧글
6윈도 스타일링을 하고 싶었던 쿼터글라스 쪽 플라스틱은 좀 아쉽긴 하지만, 예전에 포스팅하셨던 구형 캠리급 똥칠(...)은 아닌 거 같아서 넘어가고요.
결론적으로, 국민차 아반떼가 흠잡을 데 없이 귀환했다, 뭐 그렇게 생각합니다.
ps. 제가 들어가는 사이트/블로그들 중에서는 아방가르드님이 요즘 현대차 디자인의 좋은 부분을 사진으로 가장 잘 담아내신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실물로 보면 괜찮은 차인데도 현대차 공식 렌더링은 희한하게 멋없게 뽑아놔서;
아반떼AD 페이스리프트는 조금 무리수가 세긴 했죠;
CN7을 보니 어떤 방향으로 만진거였는지 이해는 되는데.. 기존 금형을 엄청나게 손보지 못하는 입장에서 한계가 많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컴팩트 SUV때문에 파이는 작아졌지만, 국내에선 건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ps. 자연광에서 이 차의 엣지가 빛나는 방향을 열심히 고민해보고 찍었습니다. 감사합니다 (__)
멋진 차를 갖고파하는 젊은층의 수요를 노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수동 타시는 분들은 수납함이 오히려 걸리적거리는 존재가 될 수 있겠군요.
이런거일가요? ㄷㄷㄷㄷㄷㄷ
디스플레이 업계 종사자로서 신경쓰이는 점 하나는 지문투성이 내비게이션 스크린입니다.
커버글래스도 필요하고 전시장에서 폼나 보이기도 해야 하니 표면이 글로시 처리가 되어 있을텐데,
사실 저거 지문 자국도 도드라지고 밤에는 까딱하면 뒷차의 상향등도 받고 할 것 같거든요.
저건 언젠가 정리가 되어야 할지도.
액정 하우징이나 내장재 등에 지문이 덜 묻는 코팅 필요성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실내 재질의 고급성이라든가 장비 수준들을 비교할 때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도요타 코롤라에 들어간 윈드실드 투영식 HUD를 보고 아반떼에도 들어가리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그게 빠졌네요. 현대자동차는 이 급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만.
물론 도요타는 i20급인 도요타 야리스에까지 윈드실드 투영식 HUD를 넣을 정도로 HUD를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있기는 하지요. 풀 LCD 계기판보다도 HUD에 더 집중하는 것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