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엔 시승기 (3세대, V6 기본형) ┣ 자동차 시승기




어느덧 데뷔 18년차나 된 포르쉐의 SUV 카이엔 시승 후기입니다. 1세대 카이엔이 출시되었던 2002년엔 스포츠카 메이커가 SUV를 만드는 것이 정말 상상이 안되었던 시대였기에 포르쉐 골수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론을 무시하듯 색다른 고급 SUV를 찾던 부유층으로부터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으며, 오히려 이 황금알 낳는 거위에 다름없는 장르를 오랫동안 손놓고 있던 스포츠카 메이커들을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팔리는 3세대 모델은 2018년 데뷔하였으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2종에 쿠페형 SUV 바디타입 변종까지 추가하면서 엄청나게 경쟁자가 다양해진 럭셔리 스포츠 SUV 장르에서 자신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다룰 모델은 카이엔에 아무 펫네임이 붙지 않은 기본모델입니다. 터보 S e-하이브리드(국내 정식수입모델은 터보가 최상위)까지 전개되는 라인업 서열상 가장 아래에 위치한 모델이지만, 다운사이즈 과급화를 거치며 결코 기본형이라고 무시할 순 없는 당찬 기본형으로 거듭났습니다.



1. 외형
카이엔은 뭉특한 눈매를 가진 1세대가 조금 못생겨보이고, 2세대부터 날렵한 눈매로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의 SUV에 어울리는 마스크를 확립했습니다. 2세대가 너무 잘 디자인되어서 그런 것일지 2018년 풀모델체인지된 현 3세대의 전면부는 솔직히 2세대와 비교할 때 엄청 극적인 차이를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날카로운 눈매에 대형 에어 인테이크를 아래에 넓게 배치한 이목구비의 구조는 동일하며,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알 것 같은 아주 더 날카로워진 헤드램프 눈매와 그릴 안쪽의 가로줄 패턴에 연결되듯 녹아들어간 LED 턴시그널 정도가 차이점입니다. 911이라는 차를 거의 60년 가까이 형태를 계승하며 매만져온 포르쉐답게, 카이엔을 세대에 걸쳐 잘 다듬는 실력 또한 여전합니다.


정측면의 비례 또한 2세대 카이엔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얇아진 테일램프가 눈에 들어오는 차이점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2세대와 나란히 비교해보면 3세대가 훨씬 더 낮고 날렵해보입니다. 실제로 2세대 대비 전장 58mm 증가, 전폭 9mm 하향이라는 수술을 받았으며, 리어 글라스를 약간 더 눕히면서 랩어라운드 풍으로 처리하면서 D필러가 타사의 자칭 쿠페형 SUV들 못지 않게 매우 완만하게 눕는 형상을 가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자세가 훨씬 안정적이고 스포티해보입니다. 쿠페형 SUV로 카이엔 쿠페가 추가 출시되긴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일반 카이엔만으로도 충분히 경쟁사의 자칭 쿠페형 SUV들보다 훨씬 스탠스가 섹시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면부는 3세대 카이엔의 변경점이 제일 잘 보이는 부분입니다. 파나메라나 다른 자사 최신 차들과 마찬가지로 가로로 긴 라이트 바 형태로 테일램프를 슬림하게 가다듬어, 차가 보다 와이드해보입니다. 점등 시의 형상도 멋져졌고, 가운데 라이트바 쪽에 넓게 배치한 포르쉐 영문 스펠 로고 또한 절묘한 위치로 멋을 선사합니다. 이미 Cayenne 영문 로고 옆에 아무 글자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기본형임을 유추할 수 있지만, 사각형의 듀얼 머플러팁도 기본형 머플러의 특징입니다. 스포츠 배기시스템 옵션을 넣으면 듀얼 트윈 머플러팁으로 바뀝니다.


앞 285/40R21, 뒤 315/35R21 피렐리 스콜피온 베르디 타이어를 사용합니다. 기본 19인치 실버 5스포크 휠은 기본가격 1억원이 넘는 카이엔을 중고 싼타페처럼 보이게 만들기에 보통 옵션 휠을 적용하는데, 휠 아치 익스텐션까지 바디컬러로 도색해주는 데코가 따라붙는 이 21인치 새틴 플래티넘 컬러 터보디자인 휠은 무려 560만원의 옵션 사양.



2. 인테리어
지난번에 한세대 전 911(991.2)을 탔을 때만 해도 이것저것 시대에 뒤쳐진듯한 구성이 보여 아쉬웠지만, 이번 카이엔은 2018년 갓 모델체인지된 신차답게 포르쉐의 최신 UI로 무장하여 더욱 고급스럽고 첨단의 이미지가 풍깁니다.


스티어링 휠은 4시방향 쯤에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 다이얼을 배치하고, 좌/우 햅틱볼 컨트롤러를 위치시킨 최근 포르쉐 신차들과 비슷한 레이아웃입니다. 보이지 않게 6시방향 뒷쪽에 숨겨둔 열선 핸들 버튼조차 똑같네요. 쓰기 편하고 스포티한 지금의 이 스티어링휠도 페이스리프트나 모델체인지와 함께 먼 훗날 구식으로 보이게 될 날이 오려나요? 옵션을 풍부히 붙인 이 차의 스티어링 휠 뒷쪽에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관련 칼럼 조작계도 눈에 띕니다.


사실 뭐 대단한 스포츠카도 아니고 SUV일 뿐이지만, 포르쉐 출신이라는 이유로 좌측 레버 형태의 시동장치를 911과 마찬가지로 쓰고 있습니다. 그 위로 자체 최고 제한속도가 mph(150) 및 kph(240) 단위로 여러가지 언어로 쓰여있는 점이 특이합니다.


RPM게이지를 정가운데에 두고 다섯개의 원으로 분산시킨 계기반 또한 911과 같이 씁니다. 다만 풀 디지털 계기반이 유행인 최근 시대흐름을 따르면서 자사의 계기반 구조 헤리티지를 계승하고자 가운데 RPM게이지만 아날로그식이고, 좌/우 영역은 풀 디지털 스크린이되 기본화면은 각각 2개의 원형 게이지를 표현하게 하여 전통을 이어나갑니다. 이 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도 많지만, 자동차 업계에 각종 드라이빙 어시스트 및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되면서 언제까지나 재래식 계기반을 고집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기에, 시대 흐름을 따르면서도 자신들의 고유 특징을 버리지 않은 이번 구성도 무척 독특하고 마음에 듭니다.


3세대의 실내가 훨씬 더 멋지고 하이테크해보이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가운데의 대화면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덕분일 것입니다. 2세대 카이엔은 세로로 긴 에어컨 벤트를 적용하기 위해 스크린 크기가 7인치밖에 되지 않았지만, 요즘은 아반떼만한 컴팩트카에도 스크린이 10인치가 넘기에 포르쉐도 에어벤트를 가로로 길게 아랫쪽으로 빼면서, 스크린을 12.3인치로 키웠습니다. 3분할 레이아웃으로 구성된 홈 화면엔 한꺼번에 다양한 정보를 보여줄 수 있으며, 블랙/그레이 투톤에 레드 포인트 컬러 위주로 시크하게 구성한 UI는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깔끔합니다. 고급 SUV답게 에어 서스펜션 차고조절 기능과 2열 공조 조절기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화질이 좋고 사각이 최소화된 훌륭한 후방카메라 및 주차보조 어시스트 화면.


언덕 형태로 내려오는듯한 모양의 가운데 조작계는 2세대 카이엔에서 보였던 수없이 혼란한 물리버튼의 개수를 줄이고, 심플하고 쓰기 편한 구성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터치 컨트롤러가 많긴 한데, 물리버튼처럼 딸깍 하는 반응이 있어서 사용에 크게 헷갈리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가운데 인포테인먼트 화면에만 모든 기능 컨트롤을 몰아넣고 달리 물리버튼이 없는 타사 일부 차들의 경우가 정말 헷갈릴 수 있는데, 이 차같이 터치 컨트롤러를 모니터 스크린과 별개로 따로 만드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안정적이면서 쓰기 편하지 않나 싶습니다.


근래 포르쉐는 늘 좌/우핸들 모델을 쉽게 병행 생산하기 위해 실내가 좌우대칭형 구조를 가지는데, 이번 3세대 카이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뭉특한 기어레버 위쪽에 비상등과 볼륨컨트롤 다이얼이 숨어있어서 운전자의 시선에서 잘 안보인다거나 하는 흠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다른 흠을 지적하자면 터치 컨트롤러를 기본형 카이엔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모두 공용하기 위해서인지, 노출되어선 안될 공버튼이 은근슬쩍 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점도 있습니다. 우하단에 E-POWER는 EV 모드(전기차처럼 배터리 힘으로 움직이는 모드)가 가능한 e-하이브리드 모델에서만 필요한 기능인데 순수 내연기관차인 이 차에선 필요없어 조명만 꺼서 슬쩍 가리고 있고, 좌상단의 SPORT 버튼은 핸들 모드스위치 다이얼이 없는 하급 옵션사양 차들을 위해 만들어둔 스포츠모드 터치 컨트롤러 자리일텐데 이 차엔 필요가 없어서 또 조명만 꺼서 가리고 있습니다. 패널 하나 만들어놓고 모두 다 같이 쓰려다보니 이런 아쉬운 흠이 눈에 띕니다. 특히 1억원이 넘는 고급 SUV라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골초가 많은건지 최신형 차임에도 재떨이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점이 독특합니다. 911(991.2)에는 컵홀더가 조수석측 에어백커버 아래에 불안하게 달려있어서 별로였지만 이 차는 SUV답게 공간이 많아서 컵홀더도 적절한 위치에 잘 붙어 있습니다. 다만 큰 차임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이나 지갑을 던져넣을만한 공간이 센터페시아 쪽엔 마땅히 없다는 점이 흠입니다.


포르쉐 브랜드치고는 조금 올드해보이지 않나 하는 유광 우드그레인. 다만 이 차를 살 사람이라면 이 곳의 장식을 알루미늄이든 카본이든, 또는 돈만 많이 주면 어떤 것으로든 커스텀이 가능하니 주문할 사람 입장에선 크게 신경쓰일 부분은 아닙니다.


옵션이 많이 적용된 차답게 이동 범위가 다양한 전동시트. 헤드레스트까지 포르쉐 크레스트가 새겨진 부분 또한 감동적입니다. 틴팅이 어두운 차라면 사실 잘 볼 일도 없고 늘 뒷통수로 받쳐지게 될 영역이지만, 은은하게 고급감을 자랑합니다. 물론 절대 공짜로 따라오진 않지만요.


911의 2열은 사람보다는 짐을 위한 자리였다면, 카이엔의 2열은 넓고 편해야 할 것은 당연하면서, 수많은 경쟁사 고급 SUV들과 비교할 때 부족하지 않을 사용 편의성을 갖춰야만 합니다. 카이엔의 옵션 선택지 중 거의 모든 것이 들어간 이 차에는 2열 모니터 빼곤 거의 모든 것이 들어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공간은 키 182cm의 필자 입장에서 레그룸/헤드룸 모두 넓고 여유롭습니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면적이 엄청나게 넓어서, 뒷자리에서의 개방감이 아주 시원합니다.


뒷자리 좌/우 공조컨트롤을 달리할 수 있는 터치 컨트롤러가 암레스트 뒤에 붙어있습니다. 아이콘에서도 이미 보셨겠지만 리어 통풍시트까지 적용되어, 더운 낮에도 너무 편하고 좋았습니다.


다만 플라스틱 컵홀더 두개만 달랑 파놓은 암레스트는 2천만원짜리 SUV를 보는듯 너무 심심한 구성이며, 수동식 기울기 리클라이닝 각도범위 또한 너무 좁아서 크게 의미가 없겠다 싶은 수준. 대단한 감동 요소까지는 없지만, 질 좋은 가죽과 통풍 기능, 널찍한 공간만 제공한다면 SUV의 2열로서는 충분히 호사스럽죠.


트렁크는 약간 누워있는 게이트 구조와 높은 플로어 때문에 엄청나게 넓다는 느낌은 받기 힘들지만, 그래도 보통 4인 성인 장거리 여행용 짐 수납에 충분히 문제 없을 공간이 될 것 같습니다. 플로어 하단에도 보조수납공간이 있고, 에어 서스펜션을 통해 뒷쪽 차고를 매우 극단적으로 낮출 수 있는 버튼도 있습니다. 무거운 짐을 플로어 높은 SUV에 올릴 때 무척 고역인데, 크고 비싼 SUV들이 이렇게 가변 차고조절 기능을 가진 점이 특히 쓸모있는 것 같습니다.


3. 성능/주행감각
카이엔은 기본형, E-하이브리드(PHEV), 터보 세가지 사양이 국내에 들어오며, 이 차는 아무 펫네임이 붙지 않는 기본형입니다. 기본형 카이엔에는 V6 3.0리터 휘발유 터보 엔진이 들어가고, 최고출력 340ps/5,300~6,400rpm, 최대토크 45.9kg.m/1,340~5,300rpm 성능제원을 가집니다. 지난 세대까지만 해도 카이엔은 4.8리터급까지 V8 대배기량 엔진을 썼지만, 3세대부터는 모두 배기량을 줄인 트윈터보 엔진으로 힘을 키웠습니다. 엔진룸은 공간 차지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을 V6 엔진 주위에 커버를 빈틈 거의 없이 폭넓게 씌워두고, 보닛 방음재도 매우 넓게 깔았습니다.


기본형 포르쉐는 어떻게든 포르쉐 사고싶어 안달난 사람같이 보인다는 속설도 있다지만, 그런건 진짜로 저배기량 저출력 자연흡기 엔진 쓰던 10~20년 전 깡통 포르쉐들에나 통할 얘기일 것입니다. 폭스바겐제 V6 3.2리터 자연흡기 엔진 쓰던 1세대 카이엔 기본형이 진짜 0-100km/h가 10초 근처였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기본형 카이엔만 해도 동력성능상의 만족도는 제법 괜찮습니다. 이 차의 0-100km/h 6.2초 숫자를 보면 V8 4.5리터 엔진을 썼던 1세대 카이엔S보다 빠릅니다. 2톤 초반대 중량의 헤비급이지만, 숫자상의 출력보다 힘이 더 남는 듯한 느낌입니다. PDK의 벼락같은 반응속도엔 미치지 못하지만 8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의 변속 반응도 제법 빠른 편이고요.


스포츠 배기시스템 옵션을 넣지 않은 차는 아무리 드라이브 모드를 바꿔봐도 배기소리가 크지 않은 편이라 사운드가 심심한 편입니다. 방음 능력도 훌륭하기에, 스포츠 배기시스템 옵션을 넣지 않은 이 차는 그냥 소리만 듣자면 아우디 Q7 정도를 연상케 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음 대책이 좋으면서 출력이 넘치는 고출력 고급차들의 참 미덕은 고요하면서도 빠르게 속도가 붙는다는 것. 카이엔 기본형은 스포츠 리스폰스 모드에서 급가속을 붙이면 기본형답지 않은 날쌘 가속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평상시 운전간에도 페달에 힘을 그리 많이 주지 않아도 속도가 여유롭게 붙습니다. 에어 서스펜션 옵션이 붙은 이 차는 속도를 높게 붙여도 땅에 착 가라앉아 가는듯한 느낌이 인상적이며, 드라이브 모드별로 승차감 차이도 매우 극적으로 납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포르쉐를 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포근하고 친절하며,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스포츠카 브랜드의 SUV는 이래야지! 하는 거친 느낌도 선사합니다.


이 차 역시 포르쉐답게 드라이빙 에이드 관련 옵션 종류도 많고 가격도 사악합니다. 어댑티브 에어서스펜션 + PASM(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지니먼트)의 묶음가격 530만원, PDCC(포르쉐 다이나믹 섀시 컨트롤) 470만원, 스포츠 크로노패키지(160만원), 리어액슬 스티어링(300만원)으로, 사실상 8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 외 모든 것이 옵션이고 다 합치면 아반떼 기본형 한대값 정도나 됩니다. 하지만 적어도 에어서스펜션과 PDCC는 꼭 넣어야, 카이엔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어서스펜션이 붙은 카이엔은 2톤 초반 SUV 중 스포티함과 컴포트함의 양립이 가장 뛰어나게 느껴졌습니다. 레인지로버같이 두둥실 떠가는듯한 컴포트함과는 거리가 있는 성격이지만 컴포트 모드에선 요철도 부드럼게 넘을 정도로 제법 편안하며, 빠른 회두 상황에서는 기우뚱거리는 느낌 없이 착 가라앉듯 편안합니다. 거짓말 좀 보태서 그냥 큰 세단 타는 듯한 안심감과 쾌적함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2톤 넘는 중량의 전장 4.9~5.0m대 대형 SUV인데도 빠르면서도 탄탄하고 편안한 느낌을 모두 안겨줍니다. 역시 돈값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합니다. 굳이 스포츠카 명가 포르쉐에서 만든 차라서가 아니라, 그냥 웰메이드 럭셔리 SUV로써의 카이엔을 선택할 이유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4. 가격 대비 가치
카이엔 기본형의 정가는 2020년 10월 기준 1억 48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스탠다드 화이트나 블랙 컬러가 아닌 다른 컬러를 고르는 것만 해도 최소 160만원 이상이 소요되며, 신발을 부티나게 하기 위해선 21인치 이상의 투톤휠을 골라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벌써 최소 480만원 이상, 실내 부분가죽 인테리어를 전체가죽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부터 최소 480만원 이상.. 단지 컬러와 기본적인 외모를 갖추는 데만 해도 벌써 천만원이 넘게 더 추가됩니다. 차주께서 알려주신 출고가격은 1억 5천만원 이상인데, 드라이브트레인 관련 옵션(에어서스펜션, PASM, PDCC, 스포츠크로노패키지, 리어액슬스티어) 총합 1,460만원, 스포츠 바디킷 옵션 740만원, 그리고 타 브랜드의 선택단가보다 2배가량 비싼 편의/고급옵션들을 개별적으로 넣다보니 정말 1억 5천만원 한순간입니다. 심지어 그 가격이 통상의 풀 옵션도 아니라는 것이 더 무서운 점입니다. 22인치 휠이라든가 스포츠 배기 시스템, 부메스터 고급오디오, 인디비주얼 옵션, 그리고 각종 커스터마이즈 옵션 등 가격이 더 오를만한 마진이 1,500~2,000만원 이상 더 존재했다는 것.. 그러면서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250만원 옵션)은 가능하지만 차선유지보조(LKA)는 옵션으로도 추가 불가능한 한계도 있고요. 1억 이상 고급 SUV를 타는 느낌을 받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옵션이 최소 2~3천만원 이상 되는 이 차의 가격은 경쟁체급의 벤츠 GLE, BMW X5 6기통 3리터대 모델 대비 많이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포르쉐 크레스트 엠블럼이 주는 남다른 차별성과 존재감 및 운동성능을 생각하면 충분히 웃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5. 총평
카이엔은 2000년대 초 처음 나왔을 때엔 포르쉐 팬들에게 부끄러운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카이엔은 스포츠카만 만들던 포르쉐에 전례없는 이익을 벌어주면서 기존의 스포츠카 라인업을 견고히 할 여유 기반을 다져준 효자로 자리매김했고, 마칸 및 카이엔 쿠페까지 파생하면서 포르쉐는 2010년대 중반부터 전세계적으로 인기인 럭셔리 SUV 장르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콧대 높던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애스턴마틴 등 모든 스포츠카 메이커들이 앞다투어 포르쉐의 행보를 뒤늦게 쫓아오고 있을 정도로, 포르쉐의 SUV 개척은 오히려 자동차 업계에 길이 남을 선견지명이 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굳이 터보까지 안 가더라도 제일 기본형 카이엔만 하더라도 출중한 실력이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는 것. 출력에 비해 가속성능은 기대 이상으로 날쌨으며, 컴포트 성능 및 정숙성은 스포츠카 브랜드 차라고 색안경 낄 이유가 전혀 없을 수준으로 훌륭했습니다. 물론 1억원대 중반 수준으로 예산을 잡으면 훌륭한 3열 공간까지 갖춘 대형 SUV도 선택지에 들어올 수 있지만, 5인 탑승을 전제한다면 다이나믹함과 고급감, 첨단기술까지 모두 갖춘 카이엔 기본형도 선택지에 둘 이유가 충분합니다.

장점 : 5인승 중대형급 SUV 중 가장 섹시한 디자인, 표시제원을 웃도는 듯한 놀라운 동력성능, 컴포트성과 스포티함의 완벽한 양립
단점 : 5천만원 이상 추가 지출을 각오해야 할 상상 초월 수준의 옵션 정책, 좌우대칭 대시보드 레이아웃 구성상 일부 불편함이 느껴지는 버튼 배치, 차선유지보조 부재 등 일부 옵션 부족

본 후기 글은 개인 독자 자가차량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덧글

  • 잡가스 2020/10/05 21:20 # 답글

    2연속 포르쉐 리뷰네요! 3세대 디자인이 너무 잘 나와서 도로에서 보면 이게 그 못생겼던 카이엔의 후속이 맞나 싶을 정돕니다.
    잘 읽었습니다!
  • 아방가르드 2020/10/24 18:00 #

    그렇죠, 저도 이제 3세대 카이엔은 SUV지만 갖고싶은!.. 장르의 차가 된 것 같습니다
  • 세피아 2020/10/07 10:17 # 답글

    저... 저.... 황소 개구....(읍읍읍!!!)
  • 아방가르드 2020/10/24 18:00 #

    그래도 이제는 제법 잘생긴 황소개구리가 된것같습니다. 1세대는 증말.. 못봐죽겠던 ㅜ
  • 뇌빠는사람 2020/10/26 14:48 # 답글

    흠 엑빠 살 수 있는 사람은 접근 가능한 금액이었네요 그래도...
  • W16.4 2020/10/26 21:56 # 삭제 답글

    1. 변속기 좌우 조작계는 터치에 햅틱이라도 넣었나 보네요. 하지만 누르기 전에 손끝으로 위치를 찾기에는 물리 버튼이 나을 겁니다.

    2. 좌우핸들이나 옵션에 따른 부품 공유는 차라리 양산차가 덜 하지요. 물량이 많아서인지, 아예 부품을 따로 쓰니까요. 그런데 포르쉐 정도 값인데도 저러는 건 좀 심하다 싶군요. 아우디나 람보르기니 등과 부품 공유하면 좀 나아질까요?

    3. 사진만 봐서는, 서스펜션 저 정도 낮춘다고 짐 싣기 얼마나 쉬워질지 모르겠네요.

    4. 카이엔도 V8 버렸네요. 파나메라도 V8 없는 듯 하고요. 이제 포르쉐 V8은 918 정도만 남았나요?

    5. 에어서스는 내구성 안 좋을텐데, 저런 차 타는 사람에겐 문제 없을까요?

    6. 앞/뒤 범퍼 접근각/이탈각 보면, 오프로드에도 신경 쓴 듯 하네요. 그런데 타이어나 바닥 높이는 또 오프로드 별 신경 안 쓴 것 같고요.

    7. 색 바꾸는 데 160은 참...

    8. 포르쉐가 에스컬레이드 기본/ESV 급 SUV도 만들면 어떨까 싶네요. 에스컬레이드나 내비게이터를 미국에서 의전용 등으로도 꽤 쓰던데, 포르쉐도 재미 좀 볼 수 있을까요?

    9. 엔진 출력이 생각보다 낮군요. 대중차 3.0T도 보통 360마력 넘는데요.

    10. 카이엔은 스포츠카/슈퍼카 업체에 SUV 바람을 일으킨 선구작으로, 100년 뒤 자동차 역사에도 중요하게 다룰 겁니다. VW 그룹 부품과 공장 덕분에 이런 생각도 했을 겁니다. SUV 바람으로, 이젠 로터스도 SUV 만든답니다.
  • W16.4 2020/10/26 21:59 # 삭제


    8. 서버번은 미국 대통령도 타고다니지요. 포르쉐가 서버번 급 만들면, 독일 총리가 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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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경 기자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입력 2020.10.05 07:29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0/10/05/UWZ3QYO3ANGRRATW7ZLBTVYA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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